[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1)반복되는 위기]유급휴직자 출근 투쟁기

마모된 수출엔진에 유동성 확보 '헛바퀴'

공지영·신지영·김준석 기자

발행일 2020-02-12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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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꾸리던 기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귀환
통행증 겸한 사증 못 받아 정문부터 '난관'
희망고문에 극단적 선택 않을까 동료 걱정

마힌드라 경영자 방문에도 "큰 소득 없어"
투쟁 길어져도 '우리 차 좋다' 자부심 여전

# '10년7개월 만에 밟는 공장 정문'


"일찍 자야 하는데 적응이 안 돼서 잠이 안 오네." "나도 잠이 안 와서 술 한잔 하고 겨우 잤어."

지난달 9일, '출근 강행 투쟁' 3일째. 10년7개월 만에 이른 새벽 출근길에 나선 복직자들의 대화 속엔 설렘이 묻어났다.

그러나 46명은 아직 해야 할 일을 부여받지 못했다.

 

회사는 2018년 노노사정(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기업노조·쌍용자동차·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의 복직에 대한 약속을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쌍용차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 이들 46명의 복직을 '유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퇴근길 선전전11
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퇴근길 선전전.

46명은 올해 조업 시작일인 지난달 7일부터 출근을 강행했다. 

 

새벽 동이 트는 즈음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실 겸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공장 앞 카페 차차에 모여 함께 출근한다. 

 

이 곳엔 2009년 쌍용차지부장이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잘 알려진 한상균씨도 있었다.

잠시 커피를 마시고 환담을 나누던 이들은 오전 6시 45분, 공장 정문 앞 경비실에 섰다. 

 

새로운 사번은 받았지만, 출입증을 겸한 사증은 받지 못했다. 

 

사증을 찍어야 열리는 정문 게이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문 경비실 출입대장에 이름과 사번을 적고서야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같은 시간, 정문게이트에는 수천 명 출근자가 우르르 몰려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한 복직자가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는 팻말을 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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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

# 현대·기아차보다 '우리 차'가 좋다

투쟁 7일째인 13일. 카페 차차 테이블 위에는 쌍용자동차 사내 구입 프로모션 브로슈어가 널려 있었다.

 

쌍용차 직원이 쌍용차를 구매하면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출근길 대화의 주제는 '쌍용차'였다.

한 복직자는 "20년째 같은 차를 탔어. 2009년에 차를 바꾸려고 했는데, 사태가 터져서 차를 못 바꿨지. 매연을 내뿜는다고 이제 서울에선 운전도 못해. 매연저감장치를 달면 되는데 쌍용차용은 안 나와서 큰일이야"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자랑도 섞었다. 

 

"그런데 20년이 됐는데도 하체가 하나도 부식되지 않았잖아. '우리 차'는 프레임을 통짜로 써서 엄청 튼튼해."

이날은 복직자 5명이 공장 정문 앞에서 완전 복직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펼쳤다. 

 

복직자 김득중씨는 "46명 중 31~33명이 매일 출근한다"면서 "나머지 동지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복직이 연기된 충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8년까지도 (쌍용자동차 해고자 중)자살자가 나왔다.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모임이라도 나오라고 하지만 부서 배치받기 전까지는 안 오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촛불문화제3
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

이어 "SNS 단체 채팅에서 '안 읽음' 표시가 '0'인걸 보고, 그래도 메시지는 읽는구나 싶어 안심한다. 지나온 10년 투쟁도 힘들었지만, 희망고문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복직자 46명은 복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6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이들 중 24명은 복직을 하기 위해 그동안 생계를 꾸리던 기존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11명은 "회사가 복직을 미룬 이유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더 받아내려고"라고 생각했다.

# 복직과 정부지원의 상관관계


14일, 출근강행투쟁 8일째. 

 

쌍용차 기업노조 집행부는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뿌렸다. 

 

'노동조합은 대주주의 2천300억원 직접 투자를 비롯해 정부와 금융권의 기술지원 및 자금지원, 전략적 제휴로 미래 비전을 반드시 현실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노조는 "무급휴직에서 유급휴직 전환으로 인한 46명 동지들의 아픔과 허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노동조합은 해고복직자 동지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페 차차에 모인 복직자들은 기업노조 유인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촛불문화제20
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

투쟁 9일째인 15일 새벽은 영하 5도로, 기온이 어제보다 더 떨어졌다. 

 

사내 40여개 소모임 중 하나인 '현장실천 동행'은 이날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들은 "46명 휴직연장은 쌍용차 정상화의 자충수"라면서 "46명만 휴직을 해야 할 근거와 명분이 없다.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재현됐다"고 주장했다.

정문 앞에서 만난 조립 3팀의 진성만씨에게 공장 분위기를 묻자 "다수의 동료들이 46명 복직자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니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 대주주의 방문, 고통이 끝날까

투쟁 10일째인 16일에는 인도 마힌드라의 경영자인 고엔카 의장의 방한 소식이 전해졌다. 

 

고엔카 의장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이어 산업은행까지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평택공장에서 진행된 노사 간담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오갔다.

"46명 복직이 무산되며 신뢰를 쌓아야 할 시기에 회사 이미지가 좋지 않을까 걱정된다."(노조)

"회사를 인수한 뒤 많은 해고자와 무급 휴직자가 돌아왔다. 이제 46명이 남았는데 그분들은 임금 70%를 받으면서 (업무)배치를 못하고 있다. 회사 여건이 갖춰질 때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엔카 의장)

"마힌드라 투자 외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만약 정부 지원이 불가능할 경우 대책은 무엇인가."(노조)

"정부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흑자전환에 필요한 자금이 5천억원인데 마힌드라 단독지원은 무리가 있다. 부족한 부분은 정부와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엔카 의장)

"인수할 때 쌍용자동차와 마힌드라는 한 번의 만남이 아닌 영원한 결혼식이라고 했는데 변함없는가."(노조)

"이혼할 생각 없다."(고엔카 의장)

간담회가 끝난 후 복직자 김득중씨는 "별다른 소득은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촛불문화제21
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

그리고 21일 오후 7시, 46명은 부서배치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복직자 김상민씨는 공장 정문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2001년에 입사했다. 평범하게 가정을 이뤄 사는 게 꿈이었다. 2009년 결혼했고 그 해 첫 딸이 아내의 뱃속에 있었다. 왜 해고자가 돼야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심정이 2009년 심정이다. 아니, 사실 조금 더 심하다. 이제 기다릴 수 없다. 쌍용자동차! 더 미루면 가만두지 않겠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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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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