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흔들리는 지역사회]성실했던 선배도 아는 동생도 '세상을 등졌다'

나는 평택사람이자 쌍용차 직원①

공지영·신지영·김준석 기자

발행일 2020-02-13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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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 진입 전까지 파업 참여한 前직원
동료 복직소식 들릴때면 '이번엔 잘 되길'

당시 中企 570곳 '1사 1인 퇴직자 채용운동'
인근상점들 장사 접고 '소등'으로 힘실어
시민들은 모두 "약속한대로 일자리 줘야"

# '실낱 같은 빛'은 고문으로


쌍용차 공장 인근에서 부인과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승기(가명)씨는 쌍용차 사태 때 경찰 특공대가 진입하기 직전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희망퇴직을 선택한 쌍용차 직원이었다.

 

지금 운영하는 음식점은 쌍용차를 다니던 시절, 자주 찾던 단골집이다.

"군대 제대하고 바로 쌍용차에 입사해서 15년을 다녔어요.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을 만큼 난 자신이 있었어요. 진짜 착실하게 일했거든요. 결근 한번 한적 없이요. 그래서 내가 구조조정 명단에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어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왜 해고돼야 하는지."

그래서 그는 공장 안에 스스로 갇혔다고 했다. 무서웠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청춘에 최소한의 해명이 필요했다. 

 

"끝까지 버티고 싶었어요. 근데 아내가 엉엉 울면서 계속 전화했어요. 제발 나오라고. 회사 안 다녀도 되니까 그냥 나오라고. 경찰특공대가 진입하기 직전이어서 그랬나봐요. 사실 저도 많이 지쳐서 희망퇴직 신청하고 나왔어요. 지금도 가만히 있으면 그때 공장에 같이 누워있던 선배가 생각나요. 그 형은 스스로 세상을 떠났어요. 진짜 일만 죽도록 했던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회사를 나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지인의 소개로 통복시장에서 임씨가 운영하는 식자재 가게에서 일을 했다. 부인은 쉬라고 만류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식자재를 배달하는 일을 1년쯤 하다, 중고로 지입차를 구입해 6년을 운전했다. 지금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에도 식자재를 배달했다. 늘 손님으로만 오던 곳이었다. 당시의 사장은 그를 안쓰럽게 여겼다. 

 

"동료들이랑도 많이 왔지만, 가족들과도 자주 오던 식당이었죠. 어느 날 사장님이 그러대요. 가게 인수하라고. 그럭저럭 장사는 된다고. 고민하다 아내랑 같이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동료들 마주칠까봐 자꾸 피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놨습니다."

그럼에도 서씨는 동료들의 복직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번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지난 10년 복직이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그는 그것을 '고문'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삶이 무너지는 일이다. 쌍용차 사태로 삶이 무너졌다. 그 삶들이 지탱하던 도시도 크게 휘청였다. 

 

2009년 1~4월 평택시 긴급생계지원 대상이 250명인데,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시는 "대량 실직자, 빈곤가구가 늘어 지역공동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무너진 삶과 휘청이는 도시를 붙잡은 건 사람들이다. 2009년 평택의 중소업체 570개사는 시가 추진한 '1사 1인 쌍용차 퇴직자 채용운동'에 참여해 일자리를 잃은 이웃을 채용하는 데 나섰다. 당시 등록공장이 총 1천576개였는데, 36%의 기업이 참여했다.

쌍용차 인근 상점들은 파업기간 동안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장사를 포기하고 가게의 불을 끄는 '소등운동'을 벌였다. 

 

평택시 소상공인 상인연합회 회장인 임용필씨는 "어릴 때부터 알고지낸 동네 선후배, 친구들"이라며 당시에 파업 중인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불을 껐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난 평택시민들은 출근 투쟁 중인 46명 복직자에 대해서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에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동훈 회장은 "복직시켜준다고 노사정이 손잡고 약속하지 않았나. 생활의 어려움이 클텐데, 고통을 분담해야한다"고 말했다. 

 

통복시장 상인회장 임경섭씨도 "46명은 유급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뜻이 있고 생각있는 평택시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사벌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신희철씨는 "아무리 사정이 안좋다고 해도 46명 들어갈 자리가 없겠나. 46명이든, 100명이든 약속대로 일자리를 줘야 한다. 10년간 다같이 고생하지 않았나"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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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배너.jpg

 



※기획취재팀

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
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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