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경제전망대]사회주의의 정의와 버니 샌더스

민주사회·사회민주주의 차이점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차로 구분
美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 '샌더스'
제시된 정책 유럽 진보정당과 유사
'트럼프 낙인' 성공땐 세계의 불행


경제전망대-허동훈10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자랑스럽게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낙인찍기 용도로 타인을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에서 당시 조국 교수와 김진태 의원의 태도가 한 예다. 이념이 다르면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도 다른 게 당연하다. 그런데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중의적이고 모호해서 어떤 사람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해도 그 말만으로 그의 이념을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사회주의는 원체 스펙트럼이 넓어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섣불리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사회주의를 크게 구분하면 공산주의, 민주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로 나눌 수 있다. 사회주의는 이 범주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부정하고 전체주의를 추구한다. 즉 공산주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부정한다. 민주주의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 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불리는 서구식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민주사회주의는 시장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점진적인 생산수단의 공유를 지향하지만 민주주의를 수용하는 이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가 공산주의와 민주사회주의를 가른다. 사회민주주의는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고쳐 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북유럽국가들이 사회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국가인데 세금을 많이 걷어 평등을 추구한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도는 꽤 높아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상위권이다. 즉, 비교적 시장 친화적이다. 시장에 대한 견해 차이가 민주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가른다. 사회주의를 생산수단의 공유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강한 통제로 좁게 해석해서 사회민주주의를 사회주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견해도 꽤 있다. 반면 민주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시장경제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개념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나 네이밍은 혼선이나 부작용을 초래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민주사회주의자가 아니고 사회민주주의자에 더 가깝다.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이념만을 사회주의로 보는 시각에 따르면 사회주의자도 아니다. 자신의 정책이 북유럽모델이라고 주장하지만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인 적이 많아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다른 진보적 민주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과 정책적 차이도 별로 없는데 워런은 자본주의자를 자처한다. 샌더스가 수사적 표현이 더 급진적이고 구체적 실천방안은 없는 편이다. 워런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라면 그는 선동적이고 감성적이다. 그러나 샌더스의 정책을 보면 유럽의 진보정당과 유사하다.

사회주의의 개념을 좁게 보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그를 사회주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샌더스가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유는 이념적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는 사회민주주의마저도 급진적인 이념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굳이 사회민주주의자 대신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샌더스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의 정책은 미국에서나 급진적으로 보일 뿐 서유럽 국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를 맹종하는 공화당 의원들과 달리 비교적 주관이 뚜렷해서 그를 견제할 것이므로 미국이 사회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중 선두주자로 떠오르자 민주당 주류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지만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미국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나라로 사회주의자라는 말을 한국어의 '빨갱이'처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그가 일개 상원의원으로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대선후보가 된다면 다르다.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를 옹호하는 듯한 트윗을 남발하고 있다. 샌더스가 본선에 올라오면 그를 급진적 사회주의자로 몰아 공격할 수 있으므로 그를 더 쉬운 상대로 여긴다. 트럼프의 낙인찍기가 성공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불행이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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