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동의 없이 만든 '세계 최대 매립지'

주민 삶 파고든 매립지… 밀어붙인 환경청

이원근·이준석·공승배 기자

발행일 2020-03-13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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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난지도' 포화… 대체지 물색
'천연기념물' 인천 연희·경서동 갯벌 후보에
농경지 확보 조건 간척사업 동의한 지역민
정부, 매립면허 넘겨받아 용도변경 '날벼락'

서울시·환경청 7대 3 지분… 인천·경기 제외
2015년 '4자 협의체' 구성후 목소리 반영돼
친환경 매립·관리권한 이관 여전히 숙제로

수도권매립지는 부지면적만 약 16㎢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5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57%를 차지한다. 비슷한 크기의 매립지는 찾기도 어렵다.

# 수도권매립지의 시작, 동아매립지


수도권매립지 조성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의 수도권매립지, 청라국제도시 일대는 원래 농경지 목적으로 매립됐다. 

 

1980년 1월, 동아건설산업(주)(이하 동아건설)가 당시 농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경지 확보를 목적으로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고, 1983년부터 인천 서구 원창동, 경서동, 연희동과 김포 일대 공유수면 간척사업을 벌였다. 

 

수도권매립지가 과거 '동아매립지'로 불렸던 이유다.


매립 면적은 약 3천700만여㎡(37㎢), 1천150만평에 달했다. 웬만한 기초자치단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서울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다는 송파구(33㎢), 인천 부평구(32㎢)보다 넓다.

간척 이전, 이 일대 갯벌은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이며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기도 했다. 서구 연희동, 경서동 인근 갯벌은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국내 주요 도래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갯지렁이, 조개 등을 캐며 생계를 이어갔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서구 왕길동 안동포마을에서 53년째 살고 있는 백순동(75)씨는 "갯벌이 땅으로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안동포 마을은 정말 공기 좋고, 물 좋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며 "특히 갯지렁이 같은 해산물이 많았는데, 이를 캐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아 일본에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1983년, 갯벌 매립이 시작되면서 이듬해 천연기념물 지정은 해제됐고, 주민들의 생계 터전은 사라졌다. → 일지 참조


# 난지도매립지 포화에 동아매립지로 향한 시선


1980년대 중반. 서울의 폐기물을 처리하던 난지도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과 서울시의 눈은 동아건설이 간척한 땅으로 향했다. 

 

1985년 전두환 前 대통령은 난지도매립지 포화에 따른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동으로 경기 지역 12곳의 후보지를 물색해 타당성을 조사했지만,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 

 

내륙에 매립 적지가 없고, 후보지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서울시는 환경청에 대단위 광역매립지 확보를 재요청했고, 인천시, 경기도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졌다.

검토 결과, 최종 광역매립지 후보에는 현 매립지 부지를 포함해 모두 7곳이 올랐다. 

 

내륙 매립이 아닌 해안 매립이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인천 영종지구, 소래지구, 남동공단지구, 경기 시흥공단지구, 화성공단지구 등이 후보에 포함됐다. 

 

당시 7곳의 후보 중에는 인천이 5곳이나 포함돼 있었다. 해안 매립이라는 기준은 바다가 없는 서울은 제외되고 해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도에 비해 인천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1987년 현재의 매립지 부지가 운반 거리가 짧고, 방조제 공사가 이미 완료돼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최종 대상지로 정해졌고, 같은 해 수도권매립지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 농경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


정부는 동아건설과 수차례의 협의 끝에 1988년 간척부지 1천150만평 중 약 630만평에 대한 매립 면허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매립 면허는 동아건설에서 당시의 환경관리공단으로 넘어갔다. 농경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 변한 순간이다. 

 

농경지 확보를 조건으로 간척 사업에 동의했던 주민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동아건설에 지급한 보상비는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523억원 규모였는데, 이중 쓰레기 처리에 가장 애를 먹던 서울시가 373억원을, 환경관리공단이 15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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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1989년, 환경청과 서울·인천·경기는 '수도권매립지 건설 및 운영 사업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매립 준공 후 조성된 토지의 소유권을 보상비 부담 비율에 따라 분할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이 협정에 따라 서울시는 매립지 땅의 71.3%를, 환경청은 28.7%를 소유하게 됐다.

 

보상비를 부담하지 않았던 인천시, 경기도는 매립지가 자신들의 행정구역 내에 자리 잡게 됐음에도 소유권을 전혀 주장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같은 해 매립지 기반시설공사에 착공했고, 3년간의 공사를 거쳐 1992년 2월 10일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이 시작됐다. 경기도가 가장 먼저 폐기물을 반입했으며, 같은해 11월, 서울과 인천의 폐기물도 매립을 시작했다. 

 

수도권매립지는 2000년까지 제1매립장 매립이 이뤄졌고,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제2매립장의 매립이 이뤄졌다. 지금은 3-1 매립장의 매립이 진행 중이다. 제1매립장이 종료될 즈음 현재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됐다.

# 인천, 주민 피해 더 이상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소유권에 대한 문제는 인천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19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매립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이 인천시로 편입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가 인천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매립지 부지 역시 김포 학운리를 제외하면 모두 인천 서구에 자리 잡고 있다.

매립지로 인한 인천 주민들의 피해는 20년 넘게 이어졌지만, 인천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2014년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인천·경기·환경부 4자 협의체가 구성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매립지 종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민 피해가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인천시가 인천 땅 위에 있는 수도권매립지 소유권을 가져오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인천시는 2015년 4자 협의체 회의에서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하는 대가로 서울시와 환경부로부터 매립 면허권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토지 소유권 전체를 넘겨받는 데 합의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등이 전제였다. 현재 인천시는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41%에 해당하는 토지의 소유권을 이양받은 상태다. 하지만 합의 사항에 포함됐던 ▲생활 폐기물 직매립 금지 ▲친환경 매립방식 도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등은 여전히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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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
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
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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