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
[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그들은 왜…연락마저 끊은 유가족들
남은 자식 피해줄까봐… '치료 손길' 밀어내고 고립 택했다
지난 12일 한 유가족이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획취재팀 |
안산온마음센터, 900여명 '5단계 관리'
경인일보 취재 결과 '미파악자' 42명
"재발방지·진상규명이 먼저" 거부도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 고(故) 고우재 군의 아버지 고영환(54)씨는 6년째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을 지키고 있다.
먼저 떠난 자식이 눈에 밟혀 팽목항을 떠날 수 없었다.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한사코 뿌리쳤다.
지난 12일 진도항에서 만난 고씨는 "남은 자식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부모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자식 취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들 하는데, 당최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씨처럼 최소한의 심리 치료조차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은 채 고립된 삶을 사는 세월호 유가족 등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유가족 중 42명을 이른바 '미파악자'로 분류하고 있다.
심리 치료 지원을 받지 않으려 하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이들이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란 이름으로 2014년 5월 문을 연 센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903명(2019년 12월 기준)의 심리 상담과 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곳이다.
정신건강전문 심리상담사 22명과 정신건강전문의 4명(상근2·비상근2)이 치료를 돕고 있다.
센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험도에 따라 '집중'·'유지'·'일시'·'파악'·'미파악' 등 5가지 단계로 관리 중이다.
집중 관리 대상자는 주 1회 이상 꼭 대면 상담이 이뤄진다. 이에 해당하는 유가족이 23명에 달한다. 유지 관리 대상(232명)은 월 1회 이상, 일시 관리(282명)는 3개월에 1회 이상 상담하게 돼 있다. 파악(200명)은 명단 관리 중인 이들이다.
지난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가족 손모(단원고 희생 학생 아버지)씨도 센터에서 줄곧 심리 상담을 받다 2018년 돌연 연락을 끊었다. 센터는 가족과 지인 등을 통해 손씨를 수소문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던 차에 비보를 접했다.
센터 관계자는 "(사망 후)가족을 통해 근황을 점검해 봤더니 심한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유가족 김모(단원고 희생 학생 아버지)씨도 마찬가지였다. 센터는 심리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던 김씨를 가장 상위 단계인 '집중' 관리 대상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센터는 두 아버지처럼 또 다른 비극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파악 상태의 유가족과 생존자를 찾거나 설득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해선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어 자신이 치료를 받을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 유가족이 대부분"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이 해소되지 않아 치료받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
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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