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2)미완의 대책-남은 숙제]진실규명 향한 '5대 정책과제'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얼마나 나아졌나

경인일보

발행일 2020-04-28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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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유가족들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기획취재팀

416연대, 총선 전 '정책과제 약속운동'
참사 진상 캐기·안전사회 '방향' 제시
참여자 144명 '금배지'… 2명 추가동참
국회가 유가족의 요구 응답해야 할 때


드넓은 바다 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노란 빛깔 부표가 갑판에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표에 적힌 '세월호'라는 글자가 선명해지면서 그날을 떠올리는 유가족들의 아픔도 또렷해졌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새벽 2시께 유가족들은 참사 해역으로 향했다.

안산에서 전남 목포까지 버스를 타고 340㎞, 오전 8시께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경비함(3015)으로 갈아타 진도 맹골수도까지 다시 110㎞. 사고 해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9시간이 걸렸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기나긴 시간 동안 담담함을 유지하던 유가족들의 감정이 파도에 흔들리는 부표처럼 요동쳤다. 미리 준비한 국화를 바다에 헌화하면서는 갑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가족들은 참사 당일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린 듯했다.

먼저 자식을 떠나 보낸 한 어머니는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먼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40분간 이어진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유가족들은 갑판 위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슬픔을 달랬다.

당일 전국에 많은 비가 예고됐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하고, 바다에서 건져 올린 목포신항의 세월호 선체를 둘러볼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고(故)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모든 일정이 끝나려고 하니 비가 내리려 한다. 고생할 부모들을 생각해 아이들이 함께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먼저 떠나간 이들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진실을 꼭 밝혀내겠다는 약속이었다.

다음날인 13일 유가족들의 이런 다짐에 함께하겠다는 이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4·15 총선을 앞두고 진행한 '21대 총선 5대 정책과제 약속운동'에 총 932명 후보자 중 429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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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로 선정한 다섯 가지 정책은 사고 당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고(故) 김건우군의 아버지 김광배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세월호가 정치적인 이슈가 될 순 없지만,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정치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그런 부분도 수용할 수 있다"며 약속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우선,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7시간 의혹'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행적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요구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을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열람과 자료 제출이 가능한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진상조사 기간 연장과 충분한 조사 인력 보장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 2기 특별조사위원회 격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활동 기간이 오는 12월 10일 종료된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개정해 조사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120명 이내인 인력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김광배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2018년 사참위가 출범한 이후 당시 해경의 구조 작업과 후속 대처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조사하는 등 많은 노력과 성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인력 문제로 실질적인 진상규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가지 정책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여러 '물음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요구는 안전사회 건설을 목표로 한다.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법의 범위가 중대안전사고를 포함하지 못해 발생한 사각지대를 '국민안전권' 명문화로 보완하자는 목소리다.

5대 정책 과제에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혐오 발언의 처벌 규정을 강화할 것과 민간잠수사 등 구조·수습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과 기간제 교사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가족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이해해 달라고만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싸움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 정치성향, 이데올로기가 달라도 사람의 생명이 가치 있고 고귀한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은 앞으로도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싸워나갈 겁니다." (김광배 가족협의회 사무처장)

5대 정책 과제를 약속한 21대 총선 후보자 429명 가운데 144명이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선거 이후에도 당선자 2명이 추가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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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
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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