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동 남·북측 배치 '중복도 형태'
관련법 조항 '유권해석'도 엇갈려
건축설계사무소들은 '갑질' 지적


부천시가 북향 배치를 이유로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사업승인을 불허,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부천시와 건축사사무소 등에 따르면 부천시는 지난 2월 심곡본동 660-2번지 2천425㎡에 공동주택 70가구(12층, 52~85㎡)를 짓기 위한 사업승인을 3개월이 지나도록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

부천시 건축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1차 심의에서 '101동 로비에서 북측으로 외부와 통하는 환기 및 채광창 확보'를 조건으로 의결했다. 아파트 35가구 가량이 북향에 배치돼 가구별 일조권 확보가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 아파트의 사업주는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사업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1개 동에 남측과 북측의 세대배치를 한 '중복도 형태'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련법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시는 국토부와 고문변호사 등에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인허가권자가 공동주택 북향 가구에 대한 건축 규제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국토부는 "건축법상 기준은 최소기준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허가권자와 상의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보냈다. 결국 인허가권자의 재량권에 따라 규제할 수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문변호사도 의견이 분분하다. A 변호사는 "일조권에 대해 규제하고자 할 경우, 건축법시행령 86조에 근거해 부천시 건축조례로 추가 규정을 둬야 한다"며 "규제가 어렵다"고 봤다.

또 다른 변호사 B씨는 "일조권을 이유로 건축법 시행령 86조 3항 2조에 해당할 경우에 한해 일조시간에 따른 건축허가 여부 판단이 가능하다"고 해석을 내렸고, 변호사 C씨는 "한 동의 건축물일 경우 각 부분이 서로 마주 보는 경우에 한해 특별히 제한하는 것으로 열거된 규정이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인허가권자 재량에 의한 건축규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부천시 건축설계사무소들 사이에서는 '갑질 논란'마저 일고 있다. H 건축설계사무소의 관계자는 "아파트 가구가 북쪽에 배치됐더라도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지 건축을 규제하는 건 재량권 남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홀로 아파트 설계를 맡았던 P 건축설계사무소는 "사업이 지연돼 손실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사업주와 부천시 등과 사전 협의해 가구 배치를 동·남향으로 다시 배치한 후 6월 건축심의를 다시 받으려고 한다"며 "건축심의 후 사업승인도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천시의 관계자는 "북측 가구의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사업승인은 일조권 시비 문제로 불허방침을 세웠다"며 "건축 규제에 따른 내부 논란도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천/장철순기자 s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