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세대 오너의 고령화 심각

철강 등 제조업 전망도 불투명

각종 규제로 업종 변경도 한계

공장 쪼개기·임대 전환하기도

업계 불황과 세금, 규제 등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실상 문을 닫은 인천 기계산업단지 내 한 철강업체 공장 내부가 텅 비어있다. 2025.6.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업계 불황과 세금, 규제 등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실상 문을 닫은 인천 기계산업단지 내 한 철강업체 공장 내부가 텅 비어있다. 2025.6.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기계산업단지에서 약 50년간 철강 제품을 생산해온 A 업체 대표는 최근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승계 작업을 포기하고 폐업의 길을 택했다. 철강 등 제조업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가업을 승계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큰 걸림돌이었다. 각종 규제로 인해 업종 전환도 쉽지 않았다.

A 업체 관계자는 “사업만 된다고 하면 승계나 업종 전환을 고려했겠지만, 철강은 사양산업인데다 업황도 최악”이라며 “현재는 생산 기계를 모두 다 뺐고, 부지와 공장 처리 방안을 찾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산업단지 내 창업 세대 오너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제조업 불경기와 세금 부담, 각종 규제 등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25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오너의 27.5%는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 없거나 승계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기업하기 힘든 환경으로 자녀에게 기업 경영의 무거운 책무를 주기 싫어서’가 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위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18.1%)’가 두 번째로 많았고,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15.5%)’ ‘세금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11.3%)’ 등의 순이었다.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21.1%는 매각을, 9.1%는 폐업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기업 승계 여부는 산업단지의 영세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인천 남동·부평·주안 국가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 수는 2020년 12월 9천303개에서 지난해 12월 1만1천350개로 2천개 이상 늘었다.

산단에 입주한 기업 수가 증가한 주요 요인으로 ‘공장(부지) 쪼개기’가 꼽힌다. 공장을 소유하고 있던 산단 내 경영인들이 폐업 후 공장(부지)을 쪼개 소규모 업체에 임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산업단지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신일기 산업단지문화재생센터장은 “입주기업이 늘어났다는 건 임대사업으로 전환한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공장에 가벽을 쳐 소기업을 유치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산업단지 내 제조업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금과 규제 문제도 산단 내에서 가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가업승계지원제도와 관련, 매출액 5천억원 이상 중견기업을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최근 들어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하지만 업종을 변경해 승계할 경우엔 가업 승계지원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산업단지에는 ‘관리기본계획’에 명시된 업종만 입주할 수 있어 업종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황현배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중소기업회장은 “가업승계지원제도의 공제 한도와 범위 등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세금뿐 아니라 경기가 워낙 어려워 힘이 닿는 데까지 기업을 운영하다가 폐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