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동적 감상 가능한 추상화 매력에 푹
물결로 보였던 작품, 다가가보면 평면
응시는 '착시'… 기꺼이 속아주길 바라
"파도 같은 일렁임이 사실은 환영임을 폭로함으로써 우리가 과연 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광주 영은미술관 4전시실에서 '일렁 Sway'전을 여는 추상화 작가 이다(본명·이주연)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벌써 19년째다. 초기 작품은 단순한 선이 주를 이뤄 형태가 명확히 드러났지만 점차 추상적으로 변화하다 지난 2018년 9번째 개인전부터는 완전한 추상화에 이르렀다.
작가는 화풍을 바꾼 이유에 대해 "수용자가 자신의 주관을 개입시켜 작품을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추상화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역시 표면의 광택을 줄여 색채를 돋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직전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과 명확히 대비된다.

주 재료를 차량 도색용 도료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대체해 얻은 효과다.
이에 따라 작품은 표현 방식이 동일해도 색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작품 중 'Sway_Yp0625'는 형광 분홍색과 초록색, 노란색과 파란색 등 보색을 대비시켜 강렬한 느낌을 주는 반면 'Sway_gG0515'는 초록색과 연두색, 회색 등 유사색을 병치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가로로 얇게 여러 겹 덧입히기 위해 에어 스프레이를 겹겹이 뿌리고 말리는 과정을 7~8차례 반복했다.
멀리서는 깊은 공간에서 일렁이는 물결처럼 보이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납작한 평면임이 드러난다는 점을 노렸다.

작가는 이러한 반전을 '응시의 거리'라고 명명하며 "모든 응시는 기본적으로 착시이지만 관객이 응시라는 거짓말에 기꺼이 속아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갤러리에 들어오는 순간 미지의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며 "이번 전시로 다채로운 공간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