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운로드수 100만 넘긴 인기 게임
고양이 돌보고 나만의 마을도 가꿔
'초품아·숲세권'도 부담없이 거주
은행, 대출 대신 멸치 수확 도와줘
현실세계는 고양이 마을과 정반대

1인 개발자가 혼자 메일 답장과 홍보, 개발을 모두 하느라 시간날 때 업데이트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언제부터인가 개발자가 바쁜지 고양이 레벨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고 정체 상태다. 처음에는 짝짓기가 불가능했는데, 업데이트 이후 짝짓기가 가능해져 아기 고양이들도 10마리나 탄생했다. 이름을 바꿀 수 없는 성묘와 달리 아기 고양이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이름을 지어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고양이 중에도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싱글 고양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짝짓기를 하라고 했더니 "혼자가 더 좋다"고 하는 고양이가 나오는 게임이라니! 게다가 열 마리밖에 없는 아기 고양이들은 마을 곳곳으로 놀러갈 수 있어서 장소를 바꿔가며 마음껏 놀게 해줄 수 있다.
새로운 고양이가 나올 때마다 특색있는 행동을 볼 수 있는 재미도 남다르다. 일이 남아도 칼퇴하고 공원에서 멍 때리는 회사원 고양이 나비, 도넛 가게에서 가운데 구멍을 내는 핵심을 맡고 있는 고양이 만두, 낮잠자기 과목을 맡고 있는 애옹학교 선생님 미미, 책보다 책냄새를 좋아해서 도서관을 찾지만 책냄새를 맡으면 잠이 드는 고양이 찰떡이,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분수대 근처만 기웃거리는 고양이 꾸꾸까지….
일반, 레어, 에픽으로 고양이가 나눠져 있지만 모든 고양이는 60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레벨이 올라가면 행동에 따른 보상을 좀 더 받는 것뿐 차이가 크지 않다. 에픽 고양이의 집이라고 해서 집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지하철이나 교통망이 필요 없는 작은 마을이기에 각종 편의시설은 내 마음대로 배치 가능하다. 애옹호프, 야옹도서관, 꾹꾹병원, 냥이문고 등은 물론이고 학교, 텃밭, 공원, 캠핑장, 치킨집, 노천온천, 과일가게, 편의점, 영화관, 미술관에 천문대까지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이 마을은 심지어 숲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 용어로 하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에 '숲세권(숲이나 산이 인접한 주거지역)'에 각종 편의시설 '슬세권(슬리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주거권역)'이다. 이 정도 환경이면 인간 세계에서는 아주 비싼 동네지만 고양이 마을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딱 하나 있는 야옹은행은 대출 업무를 취급하지 않고, 멸치 수확을 빨리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 풀을 내어주는 인심 좋은 곳이다.
게임 밖 현실세계는 고양이 마을과 정반대다. 주식이 폭등하고 금값은 떨어지는 한편,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은 계속 오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긴 장마와 폭우가 휩쓸고 가더니 폭염이 찾아오고, 전세계를 뒤덮은 역병의 기세는 여전하다.
평소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요즘 이 게임을 매일 열심히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속에서만큼은 미래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멸치가 몇 마리쯤 수확될지 알 수 있고, 모레쯤이면 건물에 쓰레기통을 추가로 놓을 수 있다고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꾸민 건물 앞에 벌렁 누워 햇볕을 쬐거나 단잠에 빠진 고양이들로 가득한 게임 속 마을을 거닐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본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요즘이기에….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간 2020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집사 레벨 올리기에 도전해봐야겠다.
/정지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