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록하는 1인 문화원' 최병렬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

"사라져가는 기억 아쉬움… 동네 속속들이 찰칵"
안양
최병렬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진기 소니 RX100M7과 함께 그가 사랑하는 만안구청 뜰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그는 이 사진기를 '똑딱이'라고 부른다. 2020.9.17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일본왕개미·안양천 참게 알린 토박이
손수 모은 기록물 모두가 보도록 공개
생태·환경 관심 골목 곳곳 발로 누벼

'안양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최병렬'.

안양 사람들 중에 일제가 경부선 및 경인선 철도를 놓기 위해 안양에서 자갈을 채취해 갔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양 포도가 유명했어도 그보다 앞선 1920~30년대 안양 밤이 유명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안양의 도심 한복판에 일본왕개미 최대 군락지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안양천에 10년 전부터 참게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광명시가 폐광산인 광명동굴을 아름답게 꾸며 관광자원으로 쓰는 것을 아는 안양시민은 많지만, 안양에도 폐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기록이 최병렬(62)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과 안양지역정보뱅크(https://ngoanyang.or.kr)에 가득하다.

최 대표는 1인 문화원이나 다름없다. 안양시 만안구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학교를 다닌 그는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아쉬워 스스로 안양을 기록한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기록'은 개인의 취미생활이 됐지만 그래도 최 대표의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이웃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재개발로 철거 직전에 놓인 마을이 담겨 있고, 안양 맛집의 역사가 이야기로 풀어져 있다. 안양의 옛 사진과 기록을 찾아 풀어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안양이 아파트 숲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최 대표는 자신이 모은 자료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소유가 아니고 '널리 알리는 것'이 기록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민들도 자신의 기록을 그의 사진을 이용해 구성하기도 하고, 어린이과학동아의 기자도 그의 사진을 이용해 일본왕개미 기사를 쓰기도 했다. KBS PD는 그의 안양 군용지 기록을 보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노동운동과 근거리에 있었다. 장례동성당(현 중앙성당)의 근로자회관에서 근로자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과 노동자상담소를 담당했었다.

당시 만난 독일 출신 수녀님의 영향으로 사진과 기록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전두환 군사정권 때에는 모던타임즈, 독재자, 동물농장 등의 영화를 몰래 들여와 상영하는 의식교육에도 앞장섰다.

시대가 흐르며 그의 관심사도 노동과 인권에서 생태와 마을 기록으로 움직였다. 안양환경운동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창립 멤버였고, 지역자치를 위해 2000년대 안양지역시민연대를 구성했다.

지역 소식을 A4용지에 담아 관계기관이나 시민에게 팩스로 돌리는 전자팩스신문을 1천부나 발행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언론 감시 활동을 활발히 하다 스스로 기자가 돼 10년 동안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가장 애쓰는 일은 '안양기억찾기 탐사대'다. 지난 2018년부터 관심있는 시민들과 안양 골목 곳곳을 다니며 안양의 역사를 찾아다니고 있다.

최 대표는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워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읽혀 고도화되는 도심이, 보다 사람다운, 자연이 가까운 도시로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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