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허동훈

발행일 2020-10-08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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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해도 산업일자리 안줄어
되레 고소득 상품·서비스 수요 늘려
수십년전 없던 다양한 직업 많아져
고령화 빠른 우리 일터부족 아니라
일할 사람 없는게 더 큰 문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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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한국처럼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부터 학계, 언론계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정작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유럽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외국도 신기술의 발전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과장하거나 부산을 떨지 않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실재 여부와 별개로 일자리에 대한 논란도 있다.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일자리가 늘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혁명이다"라는 견해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또는 최근 부상하는 첨단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주장은 국내외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과연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표되는 무인화의 진전이 일각의 우려처럼 일자리를 없앨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확산시킨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의 양극화를 초래하리라 전망하지만 정작 일자리의 총량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역사적 경험과 경제원리를 고려하면 4차 산업혁명이 전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적으로 농업의 일자리 비중은 1962년에는 80%가 넘었지만 지금은 30% 선이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과 기계의 도입이 이런 현상을 빚었다. 근 60년 만에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농업부문에서 사라졌지만 이로 인한 실업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은 1862년 농업인구가 일자리의 90%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약 1.3%다.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도 농업인구가 2% 미만이다. 그렇다고 농업이 퇴보한 것은 아니고 농업 생산은 급증했다. 국가 전체의 일자리가 준 것도 아니다. 농업인구가 줄어도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일자리 총량은 훨씬 커졌다. 제조업 일자리도 1, 2차 산업혁명 시기에 크게 늘었지만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는 제조업과 농업인구 감소 폭을 넘어선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은 미국의 5대 기업이다. 이 중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20여년전에는 지구상에 없던 회사다. 신기술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만든다. 그리고 기존 산업에서 기술 발전이 일어난다고 해당 산업 일자리가 반드시 줄지는 않는다. IT 기술이 발전했지만 IT산업 일자리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 기술 발전이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부 산업의 기술 발전으로 높아진 생산성은 소득을 높이고, 높아진 소득은 다른 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린다. 즉 다른 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그 다른 산업은 소득 탄력적인 동시에 기술과 기계로 쉽게 대체하기 힘든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경우가 많다. 1943년 한반도 전체에서 의사 수는 3천813명에 불과했고 한의사를 포함해도 7천여명에 그쳤다. 지금 대한민국 의사는 한의사를 제외하고도 13만명이 넘는다.

늘어나는 직업이 반드시 의사처럼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하지는 않는다. 전국적으로 간병인 수는 19만명이 넘는데 간병인이라는 직종이 등장한 시기는 1980년이다. 기계가 대신하기 어렵고 사람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패션모델이라는 직업이 등장한 시기는 1960년대다. 사회복지사의 등장시기는 1970년대다. 지금은 흔한 직업인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예전에는 드문 직업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수십 년 전에는 없던 다양한 직업이 많다. 생업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직업은 나타난 지 몇 년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보자. 기술 발전이 해당 산업의 일자리를 없애고 다른 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그런 경제는 애당초 지속가능성이 없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를 살 사람이 별로 없으면 손실 발생이 뻔하므로 투자가 계속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는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일할 사람의 부족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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