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근 담임목사. |
퀴어축제서 축복기도 '2년 정직' 처분
목회할 수 없는 '수위 높은 징계' 받아
동조 아닌 '소수자 사랑' 실천했을 뿐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온누리큰빛교회에서 열린 교회 재판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는 이동환 수원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2년 정직을 선고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성 소수자 축복식'에서 집례자로 나서 이들에게 꽃을 뿌리고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교단 측은 이 목사의 행동이 교단 헌법(교리와 장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규정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목사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 결과가 나온 직후 이동환 목사를 변호했던 '성 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경인일보와 만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황인근 담임목사(김포 문수산성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2년 정직은 정직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로 면직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며 "설교, 세례 등 목사로서 목회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인데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런 징계를 받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 목사의 행동이 '동성애를 찬성하고 동조'한 것이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었다고 강조했다.
황 목사는 "교회는 다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앞장서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싸움은 이동환 목사를 구명하겠다는 싸움이 아니다"라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신앙으로 교회가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평소 해고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교회 청년 중 한 명이 이 목사에게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면서 동성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황 목사는 "커밍아웃을 한 청년을 교회에서 내칠 수도 없었고 교인들도 점차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이 사람이 성 소수자라고 해서 이웃이 아닐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에서 다뤄졌던 논점과는 별개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동성애가 죄'인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목사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면 왜 동성애가 죄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앞으로도 교회의 이같은 결정에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황 목사는 "축복은 목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복을 내려주시길 바라는 것"이라며 "이번 교단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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