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항만, 물동량 상위 국가 4개 겹쳐
인천항 60% 평택항 84%이 中 컨물량
처리품목 유사… 자연스레 경쟁구도
비교우위 특성화·항로발굴 협력 필요
한국지엠, 평택항으로 '물량이전 시도'
인천 항만 관계기관, 끝내 철회 시켜
평택항 양곡 확대, 벌크도 경쟁 심화
인천항은 국내 2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 잡았고, 벌크 물동량은 지난해 기준 여수·광양항과 울산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평택항은 매년 가장 많은 자동차 처리 실적을 기록하는 등 인천항 다음으로 벌크 물동량이 많다.
컨테이너 물동량도 2015~2019년 동안 연평균 6.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부산항과 여수·광양항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투 포트 정책' 속에서 국내 입지를 다져 온 결과다.
하지만 인천항과 평택항은 중국의 대형 항만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북아 해상운송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인천항은 세계 57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50위권에 머물고 있고, 평택항은 순위권 밖에 있다.
항만 성장을 위해 동북아 해상운송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천항과 평택항은 경쟁 관계 속에 있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 항만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경쟁이 아닌 항만 코피티션(co-opetition·협력적 경쟁) 관계 구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중복된 배후시장
인천항과 평택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후시장을 두고 있다.
각 항만의 물동량 비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한 수준이다. 인천항의 지난해 교역 국가별 컨테이너 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188만302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체 물동량 가운데 60.8%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10.7%), 태국(3.8%) 등이 뒤를 이었다.
평택항은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인천항보다 더 높다. 평택항의 지난해 국가별 컨테이너 처리실적을 보면 중국이 84.8%(61만4천818TEU)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베트남(5.5%), 필리핀(4.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를 포함한 전체 화물 물동량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에도 인천항과 평택항의 주요 교역 국가는 중복 현상을 보인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지난해 교역 국가별 전체화물 물동량 비중을 보면 인천항은 중국(22.7%), 카타르(7.8%), 미국(6.4%), 호주(6.3%), 베트남(5.7%) 등 순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고, 평택항은 호주(22.8%), 중국(15.9%), 미국(9.4%), 카타르(6.1%), 브라질(4.5%) 등 순이었다. 두 항만의 상위 5개 교역국 중 4개국이 겹친다.
교역 국가가 비슷하면 각 항만이 주로 처리하는 품목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지난해 품목별 전체화물 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인천항은 석유가스 및 기타가스(16.8%)가 가장 비중이 컸고, 방직용섬유 및 관련제품(13.1%), 석유 정제품(11.8%), 유연탄(9.8%), 차량 및 관련부품(5.0%) 등 순이었다.
평택항은 석유가스 및 기타가스(21.1%), 철광석(18.4%), 차량 및 관련부품(14%), 철강 및 관련제품(10.8%), 방직용섬유 및 관련제품(7.7%) 등이었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비교 품목을 상위 15개로 확대할 경우 10개(66%)가 중복된다.
교역국가와 처리 품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각 항만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처리 품목 가운데 경합성과 보완성을 가진 품목을 골라내고 각 항만이 비교 우위에 있는 화물을 특성화하거나, 공통의 배후시장을 보다 확대할 항로 발굴에 협력하는 등의 방식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수도권·충청권 경쟁 심화
2018년 제너럴모터스(GM)와 종합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가 체결한 계약이 인천 항만업계를 뒤흔들었다.
두 기업 간 계약으로 한국지엠은 인천 내항에서 미주로 보내는 신차 선적 물량 가운데 6만 대 정도를 평택항으로 이전해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부두운영사 측에 알렸다. 당시 한국지엠 신차 선적 예상 물량의 30%에 달하는 규모였다.
인천 내항 물동량이 지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지엠 신차 물동량 일부가 평택항으로 옮겨간다는 것에 대한 항만업계의 우려가 있었다. 한국지엠 신차 물동량 이전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의 노력으로 한국지엠이 계획을 철회했지만, 인천항과 평택항의 경쟁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인천신항 선광 컨테이너 터미널에 적치된 컨테이너들. /기획취재팀 |
인천항과 평택항의 국내 수출입 물류 흐름을 보면 두 항만의 경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8년 작성한 '전국 해상화물 O/D(기·종점) 전수화 및 장래 예측'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인천항과 내륙 간 운송된 전체 컨테이너의 시도별 기·종점은 인천이 45%(134만1천TEU)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경기 39.5%(117만7천TEU), 부산 4.1%(12만TEU), 충남 3.8%(11만3천TEU) 등 순으로 나타났다.
평택항은 같은 시기 경기가 64.2%(40만7천TEU)로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충남 15%(9만5천TEU), 인천 5.9%(3만7천TEU), 경북 4.7%(2만9천TEU) 등 순이었다. 인천항과 평택항은 컨테이너와 관련해 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충남 지역이 기·종점으로 겹친다.
보고서는 인천항과 평택항의 경쟁 구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인천항은 평택항과 수도권, 충청권의 화물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평택항은 인천항 등과의 화물 유치 경쟁으로 인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화물 물량을 가져간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벌크 물동량에 대한 경쟁도 치열하다. 대표적인 화물이 양곡이다. 한때 우리나라 수입 양곡의 대부분을 처리했었던 인천항은 지난 10년간 양곡 물동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양곡 물동량은 412만6천RT(운임톤)로 2010년(664만RT)보다 37.8% 줄었다.
평택항은 지난해 241만2천RT의 양곡을 처리하며 2010년(1천400RT)보다 1천600배 증가했다. 평택항은 2011년 5만t급 2선석 규모의 양곡 부두를 조성하고, 곡물 저장시설인 전용 사일로를 갖추게 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평택항의 양곡 처리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천항 양곡 물동량도 평택항으로 일부 이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10월 인천항의 양곡 물동량은 337만8천RT를 기록하며 전국 항만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 양곡 처리량의 36% 수준이다. 평택항은 같은 기간 212만3천RT의 양곡을 처리하며 전체 비중의 22.6%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항, 부산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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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최규원차장, 배재흥, 김태양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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