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⑤성남 우드아트가구]나무의 멋, '고가구'에 빠지다

배재흥 기자

입력 2021-02-04 17: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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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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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앞에 선 이종근, 권영숙 대표. 이들 부부는 이 자리에서만 25년 동안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디지털콘텐츠팀

#일흔, 배움에는 끝이 없다

고가구의 주재료는 오동나무·편백나무·소나무 등의 원목입니다. 일반 가구와 달리 시트지를 붙이거나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가 가진 결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봉황(다복), 거북이(장수), 박쥐(다산) 등 저마다의 의미를 가진 문양이 새겨집니다. 고가구를 집안에 들여놓음으로써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기분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지요.

성남시 수진동의 '우드아트가구'는 고가구 전문점입니다. 부부 사이인 이종근·권영숙 대표는 이 자리에서만 25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영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일반 가구만 취급했다고 합니다. 고가구를 하나·둘씩 매장에 들여놓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일반 가구를 판매할 때보다 훨씬 좋았다고 하네요.

"일반 가구를 10년 정도 쓰다 보면 가구에 껍데기가 일어나고, 바퀴가 빠지는 등 수리할 일이 생겨요. 10년 간 판매한 가구들을 모두 수리하려고 하니 어렵더라고요. 오랜 기간 가구를 쓰다 보니 고장 난 것인데, 가구점이 나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권영숙)

이종근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부터 자개장을 만드는 기술을 배운 나전칠기 전문가입니다. 가구점을 하기 전에는 자개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나전칠기 전문가', '일흔을 넘긴 나이', '25년의 가구점 운영 경력'을 가진 그는 지금도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왜냐 하면 옛날처럼 매장을 방문해야 물건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세계 물건을 다 보면서 비교할 수 있잖아요. 이거는(고가구는) 옛날과 지금의 중간 지점을 잘 찾느냐에 따라 장수를 할 수도 있고 전멸을 할 수도 있어요. 전시회를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안 하면 이것도 지탱하기 힘들죠."(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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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진심이 담긴 서비스로 손님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한다./디지털콘텐츠팀

#진심으로 쌓은 신뢰

이들 부부가 25년간 한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가구점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손님과 쌓은 '신뢰'가 있습니다. 양질의 가구를 판매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들은 진심을 다한 서비스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가구 배송과 설치를 주로 맡아 하는 이 대표는 가구 배송을 가면 먼저 걸레부터 찾는다고 합니다. 배송 중 가구에 묻은 먼지는 물론 가구를 놓을 자리까지 손수 닦기 위함입니다.

"가구를 설치한 집에 고쳐야 할 물건이 보이면 말 없이 그냥 해줘요. 그 분들은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느끼나 보더라고요. 그런 손님들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고맙다고 매장을 찾아와 팔아줄 때가 있어요. 좌우지간 성의껏 해줄 수 있는 데 까지 하는거죠."(이종근)

고가구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손님 입장에서 하나를 사더라도 더 신중할 수밖에 없죠. 판매하는 사람은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권영숙 대표는 본인이 힘들지언정 손님들을 응대할 때는 항상 웃는 모습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를 목소리 톤을 높여 받는 그입니다. "제품을 사간 사람이 좋다고 하면 우리 기분도 좋죠. 어떤 손님은 우리 가구를 집에 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하고, 한 끼를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할머니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좀 더 신경 써서 맞춰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요."(권영숙)

25년 전 인근에서 이들 부부와 함께 장사를 시작한 가게가 10곳이라면 지금 남은 곳은 1~2곳 정도입니다. 이들 부부는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라 (손님들이) 예쁘게 봐줘서'라며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백년가게 선정에 대한 소감을 묻자 '책임감'이란 답변이 돌아옵니다.

"뿌듯한 반면 책임감도 느껴요. 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요. 거짓 없이 열심히 또 진실한 마음으로 하는 것 이상의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이종근)

"저희 믿고 오시는 손님들에게 조금 더 성의를 보여드리고 자상하게 많이 하고 싶어요. 잘해주고 싶어요. 감사합니다."(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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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아트가구점에서 판매 중인 고가구. 가구에 새겨진 문양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디지털콘텐츠팀

#고가구 구매·관리 tip

고가구를 살 때는 색상과 짜임새를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색상을 고른 뒤 가구가 섬세하게 짜 맞춰져 있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마감처리 상태를 확인하면 아주 좋은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네요. 가구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가구는 원목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물걸레로 닦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가구가 뿌예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마른 걸레를 이용하길 바랍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견과류 기름과 벼를 이용해 닦는 것입니다. 기름기가 있다 보니 닦으면 윤이 나고 고가구를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드아트가구 주소: 성남시 수정구 제일로 154. 영업시간: 오전 9시~저녁 9시(명절 휴무). 고가구 맞춤 제작도 가능합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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