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아동학대 의심 관련
3일 오전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서 부모 학대에 의해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A양의 자택 인근에 '나의 작은 관심으로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1.3.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봄방학 마치고 첫 등교 날 '비극'
20대 엄마·재혼 남편은 긴급체포
화장실서 다친 시점 진술 번복도
이웃 "보통 오전에 발작하듯 울어"
"몸무게 10~15㎏" 영양결핍 '앙상'


새 학기 첫 등교 날이던 지난 2일 인천에서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집에서 몸에 멍과 상처를 안은 채 숨을 거두는 비극이 벌어졌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20대 부부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부부는 전날 인천 중구 운남동 자택에서 딸 A(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일 오후 8시57분께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A양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이의 얼굴 등 여러 곳에서 멍 자국과 상처를 발견하고 이들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이날은 A양이 봄 방학을 마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첫 등교하는 날이었다.

■ 이웃주민, "사흘 내내 여자아이 우는 소리가…."

"여자아이가 사흘 내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울었고, 곧이어 엄마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A양의 자택 바로 근처에서 일하는 주민 윤모(55)씨는 지난 한 달간 수차례에 걸쳐 여자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윤씨는 3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가 보통 오전 10시~11시 사이에 15분 정도 발작하듯 소리 내 울었다. 설 전에 아이가 며칠을 연달아 울다가 연휴 지나선 (소리가) 안 들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학대로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양의 집은 원룸과 1.5룸, 투룸 등 1인 가구를 위한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곳에 있다. A양을 자택 인근에서 봤다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여기는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서 애들 보기가 쉽지 않다"며 "요즘 워낙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항상 아이들을 유심히 봤는데 초등생 여자아이는 몇 달째 본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 등 일부 주민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두 아이를 키우는 이들 부부가 유독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 두 볼은 움푹 파이고 팔다리는 앙상…"극심한 영양결핍 상태였다."

A양의 부모는 2일 오후 8시57분께 자택에서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한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A양은 이미 호흡이 멈춘 상태였다. A양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A양이 외관상 1m도 안 되는 키에 10~15㎏가량 되는 몸무게로 극심한 영양결핍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두 볼은 움푹 파이고 팔다리가 말랐는데 '앙상하다'고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라며 "언뜻 봤을 땐 유치원생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양은 사망 전날인 1일 점심밥이 생전 마지막 식사였다. 부부는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에게 이 같이 말하며 "편식이 심해 식사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미심쩍은 부부의 초기 진술들

아빠 B씨는 A양의 엄마와 재혼한 사이로 알려졌다. B씨는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에게 "새벽 2시께 화장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 확인해보니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가 3분 뒤 "6시에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아내가 아이 누워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을 번복했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부부가 밝힌 두 시점은 무려 4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이들 부부는 소방당국에 "딸 아이가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A양은 턱관절이 움직이지 않았고, 팔과 다리, 손가락 끝 등에서 사후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강직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아이의 이마와 허벅지엔 멍 자국이, 양쪽 턱엔 세로 1.5~2㎝ 크기의 찢어져 생긴 상처가 있었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A양이 왼발에 골종양 진단을 받았으나 거동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부부의 진술도 받았다. 이들은 아이의 골종양이 "2년 전 학교폭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전문의는 "골종양의 종류가 많고 일부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최소한 엑스레이 사진이라도 있어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임승재·박현주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