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개항 20년 '인천하늘고 개교 10년'

'꿈 향한 아이들의 이륙' 사교육 없이 개인능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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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늘고 전경. 교훈 '꿈 그리고 열정'이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인천하늘고는 '꿈을 향한 비상, 세상을 움직이는 열정, 도전을 즐기는 배움터'를 지향한다.

공항공사 설립 '사회적 공헌' 후원형태로 도와
등하교·휴대전화·사교육 '3無' 자율형 사립고
학년당 정원 225명 대다수 인천학생들로 채워
대학진학률 전국최고수준·학부모 만족도 높아
지용택 이사장 인천 관련도서 기증 애정 엿보여


공항은 태생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집 근처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해외를 오갈 때 다른 지역 주민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관광산업 등 공항과 연계해 발전하는 각종 산업의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반면 한 시간에도 수십 차례씩 오가는 항공기의 소음은 긍정적일 수 없다.

올해 인천공항은 개항 20년을 맞았다.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금까지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꼽는다면 '인천하늘고등학교' 설립·운영이다.



인천하늘고는 10년 전인 2011년 3월7일 개교했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 인천시교육청 등이 학교 건립 비용을 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학교 부지를 조성원가의 30% 가격에 제공하며 도움을 줬다. 인천하늘고는 인천공항공사가 지역 사회와 함께 세운 교육기관인 셈이다.

인천하늘고 설립은 공항 인근 지역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 공항 종사자에게 안정적 정주 여건을 제공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이 컸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인천공항공사의 의지도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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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인 인천하늘고는 세 가지가 없는 '3무(無)'를 강조한다. '등·하교', '휴대전화', '사교육'이다. 인천하늘고 학생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 때문에 등·하교가 없다.

또 학생들은 입학할 때 사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인천하늘고는 사교육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정규 교과 과정 외의 다양한 특강을 마련해 학생들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수요에 맞춘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는 등 학교 교육만으로 학생·학부모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이는 학교의 건학 이념과도 닿아 있다. 인천공항 개항 후 항공사 직원, 공항 운영 관련 종사자 등에게 물었을 때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 환경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는 등 교육 분야에 관한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요구는 학교 설립의 배경이 됐다.

특히 공항 종사자 중에는 소득이 많지 않은 직군도 있었기 때문에 학부모·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기숙형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학교에서 모든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부담도 덜 수 있다.

인천하늘고에 없는 건 또 있다. 바로 '휴대전화'다. 국군 장병들조차 군대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이지만, 인천하늘고는 '휴대전화 사용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과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대신 학부모 등과 음성·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공중전화를 학교 곳곳에 배치했다.

인천하늘고 강희정 행정실장은 "처음엔 휴대전화가 없어서 불편해하는 학생이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한다"며 "대신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휴대전화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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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늘고 도서관. /인천하늘고 제공

인천하늘고 학년당 정원은 225명이다. 인천공항 종사자 자녀 85명, 공항 인근 거주 학생 40명, 인천시 거주 학생 30명, 사회통합 전형 45명이다. 나머지는 전국 전형 25명이다. 대다수가 인천에 있는 학생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다른 자율형 사립고보다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 비율이 낮다. 지역 교육 발전과 공항 종사자 교육 여건 해소라는 학교 설립 취지가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통합 전형도 매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1학년도 서울 지역 자사고 사회통합 전형 경쟁률은 0.3대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천하늘고는 개교 이후 한 번도 사회통합 전형 모집 인원이 부족하지 않았다.

강희정 행정실장은 "사교육을 지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학부모 부담이 적고, 학교 분위기도 생활복을 착용하는 등 경제 수준이 노출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어떤 전형으로 입학하게 됐는지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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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늘고 학생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다. /인천하늘고 제공

인천하늘고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과 후 교육 외에도 학생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공항이 있으면서도 접경지인 인천의 특성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평화통일교육', '세계시민교육', '항공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생각하기와 표현하기', '문장론', '고전문학감상', '고급수학',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실용경제',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과목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이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

인천하늘고 기숙사는 학생에게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기숙사는 4인 1실 형태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의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커진다고 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 학교를 다시 찾아와 후배들과 지속해서 교류하고,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의 이삿짐을 함께 나르며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어느덧 학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하늘고는 개교 이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주요 대학 진학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역에서 학생을 선발해 성장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 전형과 하늘인재(공항 종사자) 전형 학생들은 인천하늘고에서 생활하면서 학업 성취도가 향상됐다.

2020년 6월 지역인재 전형과 하늘인재 전형 학부모 2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영종도 거주에 인천하늘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인천하늘고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질문에는 84.1%가 만족한다(매우 만족 43.5%, 만족 40.6%)고 했다. '불만족'이라고 한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인천하늘고 김일형 교장은 "인천하늘고는 사교육을 지양하면서도 다양한 학생들이 각자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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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늘고 도서관에 있는 기증서가. 왼쪽은 초대 이사장인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기증한 책. 왼쪽 두 번째 칸부터는 학교법인 인천하늘교육재단 지용택 이사장이 기증한 인천 책들.

인천하늘고는 학교법인 인천하늘교육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매년 재단에 후원하는 형태로 운영을 돕고 있다. 인천하늘교육재단 이사장은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이다. 학교 설립 초기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지용택 이사장이 지금의 인천하늘고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지용택 이사장의 '인천하늘고'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학교 도서관에 지용택 이사장이 기부한 책으로만 구성한 서가(書架)가 있을 정도다. 이 서가는 '인천'과 관련한 책으로 채워져 있는데, 지용택 이사장은 매년 책을 기부하며 학생들에게 '인천'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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