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⑧용인떡집]무릎과 맞바꾼 떡집, "맛있다는 한마디면 족해"

떡 기술자 남편 만나 연고 없는 용인에 '용인떡집' 차려
떡집이 자리 잡는데만 5년…묵묵히 고된 떡집 일 이어가
40년 한결같이 이어온 떡집, 아들이 전통 이어가는 '기쁨'

배재흥 기자

입력 2021-03-18 15: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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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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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중앙시장 안에 위치한 용인떡집과 홍금자 대표. /디지털콘텐츠팀

#의상실 직원에서 떡집 사장으로

떡은 돈을 주고 사 먹지 않아도 자주 먹게 되는 음식입니다. 옆집에 이웃이 새로 이사를 오면 '이사 떡'을 나눌 것이고, 지인의 개업식에 가면 분명 '개업 떡'을 준비했을 테죠. 여기에 결혼식과 돌잔치 등 주변의 경조사를 챙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례 떡'도 받게 됩니다. 떡은 이처럼 한국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는 음식입니다. 떡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음식들이 나오곤 있지만 떡 만큼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도 드물 겁니다.

용인중앙시장 안에는 40년 업력의 떡집이 있습니다. 상호는 '용인떡집'으로 단순하기 그지없으나, 한편으론 자부심이라고 읽힙니다. 떡을 매개로 이 지역 사람들의 경조사를 지난 수십년 동안 책임졌을 테니 가게의 내공도 상당할 테죠. 오늘의 주인공은 용인떡집의 홍금자 대표입니다.

충청도가 고향인 홍 대표는 젊은 시절 서울의 한 의상실에서 일했습니다. 떡을 만드는 기술자인 전라도 출신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지금의 떡집은 당시 형편을 고려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용인에 내려와 차리게 됐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의상실이 한창 인기였어요. 서울 종로의 한 의상실에서 옷 마감 작업을 하는 일을 했죠. 친구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떡집을 차린 거예요. 지금이야 발전했지만 당시 이곳은 다 논이고 밭이고 그랬어요. 이층집도 별로 없었고, 승용차를 가진 사람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죠. 주변 환경도 열악하고, 타지에 와서 일한다는 게 힘들기도 하고 서럽기도 했어요."

떡집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떡이 보편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곳 사람들이 당시 먹던 떡은 절편 혹은 인절미 정도였다고 하는 데요. 지금이야 흔하지만 송편, 경단, 꿀떡 등은 생각지도 못한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새로운 떡을 해 놓으니 손님들이 무척 신기해 했어요. 떡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인식을 퍼트리는데 한 5년 걸렸나 봐요. 이 시간 동안 돈도 못 벌었다고 봐야죠. 5년 정도 지나니 떡집이 알려져 수입도 좀 늘었고, 개업할 때 진 빚을 모두 갚기까지는 10년이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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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변하는 용인떡집 홍금자 대표. /디지털콘텐츠팀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은 이유

40년 된 물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 대표가 자신을 가리키며 "여기 있지 않느냐"라며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의 의연한 대답 속에서 지난날의 힘듦이 느껴졌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가게에 나와 떡을 만들고, 밤늦게까지 떡을 판매하는 일을 지난 수십년간 했으니 몸이 성하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겁니다. 작년에는 무릎 연골 수술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바쁠 때는 새벽 3~4시에 나와요. 반죽부터 시작해서 떡을 만들어 납품하고, 소매도 해요. 이러다 보면 오후 1~2시에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죠. 그러다 저녁 9시에 퇴근하는 거예요. 보통 아내들은 뒷바라지 정도 하는 역할만 해요. 근데 저는 욕심이 많았어요. 떡을 만드는 기술자 일까지 했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갔고, 무릎 수술도 하는 결과로 나타난 거 같아요."

지금은 홍 대표 부부와 함께 일하는 아들이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가 아들을 가르친 방식에서도 장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데요. 홍 대표 부부는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다른 떡집에 취직해 일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아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우리 집에서 안 가르치고, 다른 데 가서 남 밑에서 배워봐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하기 싫으면 늦잠을 자거나, 배우다가 중간에 쉽게 그만둘 수도 있는 거고요. 남 밑에서 배우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홍 대표의 아들은 4년 동안 다른 업장에서 일을 배우고 난 뒤에야 용인떡집에서 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들이 취직해 일을 배운 곳의 대표는 한때 홍 대표 부부에게 일을 배운 직원이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배움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대가 없이 기술을 전수해 준다고 합니다. 홍 대표 부부에게 배운 사람들의 숫자는 열 손가락으로도 다 세지 못할 정도라고 하네요.

"남편이 떡을 배울 때는 맞아가면서 배웠다고 해요.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인지 잘 가르쳐줘요. 배운다는 사람이 있으면 오자마자 가르치기 시작해서 1년 정도만 배우면 나가서 자기 가게를 차릴 수 있게 해줘요. 학원에 가면 돈 내고 배워야 하는데, 저희는 용돈도 주면서 가르쳤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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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심볼. /백년가게 홈페이지 제공

#대를 잇는 보람

홍 대표는 지난 4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떡을 먹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떡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미소를 짓는 그입니다. 명절이나 여행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꼭 그 지역 떡집에 들러 맛을 볼 정도로 떡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이런 그의 진심이 고된 떡집 일을 견디게 한 원동력 아니었을까요?

그의 마음은 40년 전과 똑같지만 몸 만큼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홍 대표는 현재 사업자 명의를 아들에게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맨날 나와서 일하는 게 좋았는데, 이젠 조금은 쉬어가면서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대신 아들과 며느리가 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잠깐씩 도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홍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 보람은 떡을 맛본 손님들의 '맛있다'는 인사였습니다. 그는 자식과 손주와도 자신이 경험한 보람을 공유하고 싶다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아직 여기 사람들한테 욕먹으면서 살지 않았으니까 아들이 쭉 전통 있는 떡집으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느낀 보람을 다음 대가 함께 느끼면서 앞으로도 가게를 잘 운영해 나가는 게 제 꿈이에요."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용인떡집 주소: 용인시 처인구 금령로93번길 12-1. 영업시간: 오전 9시 ~ 저녁 9시. 매달 둘째 주 화요일(장날이면 수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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