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새벽 2시께 찾은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세븐일레븐 '인천동암점'. 사다리에 올라 창고에 재고 물품을 채우던 전형규(38)씨는 손님들이 들어오자 서둘러 계산대 앞으로 갔다. 이곳에서 근무한 지 7일 차인 전씨는 "봉툿값을 결제 단말기에 찍고 계산해야 하는데 깜빡했네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여느 편의점과 다를 게 없는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엔젤스토어 1호점'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사)한부모가족회한가지와 한부모 가족의 자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인천 한부모 가족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지난 3일 문을 열었다. 공동 점장 2명과 아르바이트생 2명은 모두 한부모 가족이다.
전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년생 누나와 함께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는 폭력적인 성향이 있던 아버지에게서 떠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홀로서기를 했다. 30대에 접어들어서도 마음 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중 한부모 가족과 관련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점장이 되는 거라서 처음엔 '어쩌지 일이 너무 커졌다.'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누군가 절 믿고 큰일을 맡겨주니 책임감도 생기고 기분이 좋네요."(웃음)
손님의 발걸음이 뜸한 새벽에는 배송된 물품을 진열하고 재고품을 창고에다 채워넣는다. 전씨는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연습장에 적고 시간 날 때마다 확인했다. 전씨가 손에서 놓지 않는 이 연습장엔 14개의 재고품 보관함에 넣어야 할 제품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전씨는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오후 10시에 출근해 오전 6시까지 근무하나,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점장 최애영(49)씨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편의점 업무를 위해 항상 20분씩 일찍 나와 인계받을 준비를 한다. 홀로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최씨는 한부모가 사회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값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자격증을 따서 어렵게 취직해 일했는데 뒤늦게 회사에서 '왜 한부모인 거 알리지 않았느냐'며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혼자 양육하다 보니 아이에게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이를 양해해줄 직장이 필요한데 엔젤스토어가 그런 곳"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이 태어나면 내 이름 뒤에 '장'자 하나는 붙이고 가야 한다는데 점장이 되어보니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일도 해보고 눈높이가 달라지더라"고 크게 웃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온라인 실무교육을 받은 뒤 서울에 있는 편의점 매장에서 물품 발주와 결제, 정산 등 현장 실습을 거쳤다. 한부모가족회한가지는 지난 2019년부터 엔젤스토어 개점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10일엔 '한부모가족의 날'에 맞춰 '엔젤스토어 1호점'을 정식으로 개점한다.
장희정 한부모가족회한가지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부모가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한부모를 위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한부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방안을 마련하다가 엔젤스토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1호점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앞으로 엔젤스토어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느 편의점과 다를 게 없는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엔젤스토어 1호점'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사)한부모가족회한가지와 한부모 가족의 자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인천 한부모 가족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지난 3일 문을 열었다. 공동 점장 2명과 아르바이트생 2명은 모두 한부모 가족이다.
전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년생 누나와 함께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는 폭력적인 성향이 있던 아버지에게서 떠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홀로서기를 했다. 30대에 접어들어서도 마음 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중 한부모 가족과 관련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점장이 되는 거라서 처음엔 '어쩌지 일이 너무 커졌다.'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누군가 절 믿고 큰일을 맡겨주니 책임감도 생기고 기분이 좋네요."(웃음)
손님의 발걸음이 뜸한 새벽에는 배송된 물품을 진열하고 재고품을 창고에다 채워넣는다. 전씨는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연습장에 적고 시간 날 때마다 확인했다. 전씨가 손에서 놓지 않는 이 연습장엔 14개의 재고품 보관함에 넣어야 할 제품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전씨는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오후 10시에 출근해 오전 6시까지 근무하나,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점장 최애영(49)씨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편의점 업무를 위해 항상 20분씩 일찍 나와 인계받을 준비를 한다. 홀로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최씨는 한부모가 사회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값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자격증을 따서 어렵게 취직해 일했는데 뒤늦게 회사에서 '왜 한부모인 거 알리지 않았느냐'며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혼자 양육하다 보니 아이에게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이를 양해해줄 직장이 필요한데 엔젤스토어가 그런 곳"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이 태어나면 내 이름 뒤에 '장'자 하나는 붙이고 가야 한다는데 점장이 되어보니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일도 해보고 눈높이가 달라지더라"고 크게 웃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온라인 실무교육을 받은 뒤 서울에 있는 편의점 매장에서 물품 발주와 결제, 정산 등 현장 실습을 거쳤다. 한부모가족회한가지는 지난 2019년부터 엔젤스토어 개점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10일엔 '한부모가족의 날'에 맞춰 '엔젤스토어 1호점'을 정식으로 개점한다.
장희정 한부모가족회한가지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부모가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한부모를 위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한부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방안을 마련하다가 엔젤스토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1호점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앞으로 엔젤스토어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한부모가족의 날'이란? '입양의 날' 하루 전날인 5월10일
'한부모가족의 날'(5월10일)은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날이다.
3년 전인 2018년 1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신설되면서 법정 기념일이 됐다.
정부는 '원래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입양보다 우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입양의 날'(5월11일) 하루 전날인 5월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정했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에 자녀 1명당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립기반이 아직 부족한 청년(만 25~34세) 한부모에겐 아동양육비를 더 주고 있다. 만 5세 이하 자녀는 1인당 10만원, 만 6~17세 이하 자녀는 5만원의 아동양육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월평균 20만원만 내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보육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 요금의 90%를 보조하고 있다.
인천지역 한부모가족은 2019년 기준(통계청)으로 10만2천839가구에 달한다.
3년 전인 2018년 1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신설되면서 법정 기념일이 됐다.
정부는 '원래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입양보다 우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입양의 날'(5월11일) 하루 전날인 5월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정했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에 자녀 1명당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립기반이 아직 부족한 청년(만 25~34세) 한부모에겐 아동양육비를 더 주고 있다. 만 5세 이하 자녀는 1인당 10만원, 만 6~17세 이하 자녀는 5만원의 아동양육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월평균 20만원만 내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보육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 요금의 90%를 보조하고 있다.
인천지역 한부모가족은 2019년 기준(통계청)으로 10만2천839가구에 달한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