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걱정보다 격려… 최신 논문 찾아보고 공유 간호사들도 성장"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 '고군분투'… 길병원 김선희·박윤경 수간호사 수기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동의 간호사들1 (1)
코로나19 확진자 병동에서 근무하는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들. 2021.8.1 /길병원 제공

 

코로나19 병동은 하루 24시간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그야말로 초긴장의 연속이다. 경인일보는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두 수간호사가 함께 쓴 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저희는 코로나19 병동의 수간호사 김선희·박윤경입니다.

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거점병원으로서, 국가지정 음압병동에서 중증환자 치료를 하고, 일반병동 2개 층을 음압병동으로 개조해 코로나 확진자 입원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병동은 내부 시설과 운영 방식 등이 모든 면에서 일반병동과 많이 다릅니다. 외부와 철저히 격리되어 있어 환자들의 치료뿐 아니라 입원 생활 전반에 대해 근무자들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 악조건 가운데서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고 있는 우리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해 겨울 시작된 3차 유행은 간호사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장 같기도 했습니다. 3차 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요양병원에서 치매와 고령의 확진자들을 한꺼번에 수용해 치료할 때는 정말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3차 대유행때 치매·고령환자 수용
'한계 시험장' 같은 너무 힘든시간
레벨D방호복 숨이 막혀 심한 두통

방호복, 덧신, N95 마스크, 보호안경, 겉장갑, 속장갑, 비닐 겉가운, 일회용 비닐장갑 등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데, 이 복장으로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말을 많이 해도 숨이 차고, 산소가 부족했을 때 발생하는 고산병에 걸린 것 같은 심한 두통이 발생합니다.

평소 어렵지 않은 주사와 간단한 채혈도 땀이 차고 김이 서린 안경을 쓰고, 장갑 세 겹을 끼고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겨우겨우 바늘을 꽂았는데 협조가 잘되지 않는 어르신들은 바늘을 수도 없이 빼버려 눈물이 날 뻔한 일도 많았습니다.

변기나 세면대에 음식물을 부어 막히거나, 세면대 수압 밸브를 열어놔 병실과 복도가 물바다가 되거나, 착용해 드린 기저귀를 여기저기 병실 바닥에 뿌리거나, 배부해 드린 생수는 아껴두시고 몰래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집에 가겠다며 보따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싸서 복도를 배회하는 등 시시각각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저희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치료 병동의 간호사들 (1)
코로나19 확진자 병동에서 근무하는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들. 2021.8.1 /길병원 제공

병세 호전되지 않을때 가장 힘들어
11살아이 감사편지에 '버티는 힘'
'간호 전념' 여러부서 지원 고마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정성을 다해 치료하고 간호를 해도, 환자의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하는 등 호전되지 않는 환자의 진행 과정을 지켜볼 때였습니다.

 

서로가 처음 접해보는, 보이지 않는 신종 감염병과의 싸움에 환자와 그의 가족은 물론이고 때론 의료진도 두렵기도 합니다. 늘 긴장하고 조심하지만 '혹시라도 감염이 되면 내 가족들은 어떡하나'하는 걱정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걱정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손발을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치료와 간호에 관한 최신 논문을 찾아보고 새로운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소독 방법과 격리 수준 등에 대해 서로 공부하고, 인수인계시마다 공유하며 병동의 간호사들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일 식사를 거부해 저희를 힘들게 하던 100세 어르신이 격리해제 돼 일반병동으로 옮기시던 모습, 한 달 만에 퇴원하시던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아들을 만나게 되자 서로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던 모습, 아기와 엄마가 함께 퇴원하던 밝은 모습, 아내와 남편이 동반 입실했다가 손잡고 나가던 모습 등 건강히 퇴원하는 환자들의 모습에 또 하루를 버티고, 힘을 얻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확진돼 치료를 받았던 11살 아이가 병동으로 편지를 보내온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편하게 치료받았다. 간호사님이 저희들 때문에 코로나에 걸릴까봐 너무 걱정됐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치료 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입원했던 8일이 행복했다.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환자, 보호자들이 건네는 '덕분에 좋아졌다'는 칭찬 한마디에 힘을 냅니다.

중증환자 간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신 여러 부서에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요청에는 언제나 최대한 신속하게 뛰어와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맥가이버 시설팀, 맛있는 도시락을 챙겨주시는 영양팀, 24시간 깨어 있는 감염관리실, 확진자 병상 운영으로 타과 환자도 묵묵히 받아주는 다른 병동 근무자들, 안전하게 환자이송을 해주시는 보안팀 등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간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점, 이 자리를 통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매일 노심초사 걱정하시는 간호팀장님, 뭐든지 더 챙겨 주고 싶어 하고 나누어 주시는 간호본부장님, 그리고 24시간 깨어 있는 최고의 감염내과 교수님들과 항상 용기를 주시는 병원장님 감사합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 날까지 최고의 길병원, 최고로 안전한 코로나 병동이 되도록 오늘도 레벨D의 방호복을 입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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