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 세계박물관협의회(ICOM)에서 프랑스 환경부 장관 푸자드(Robert Poujade)는 수많은 박물관학자에게 생태와 박물관의 통합적 개념을 촉구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공동체 해체를 막고 근대 문화유산을 유지·보존해야 한다'라는 문제의식이 담긴 연설이었다.
이를 계기로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George Henri Riviere)는 지역의 환경자원과 공동체의 유산을 '자연공원'화하는 '에코뮤지엄'을 명명했다.
전 세계로 번진 에코뮤지엄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붕 없는 박물관이나 공공예술 사업, 도시재생과 맞물려 다양한 방식의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에코뮤지엄 개념과 결합해 이뤄졌다.
경기 최북단 '관인문화마을' 사업 6년째
자료수집 큐레이터·문화해설사로 활약
올해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경기에코뮤지엄 지원사업 '관인에코뮤지엄'에 선정된 포천시 관인면의 '관인문화마을'이 한국형 에코뮤지엄에 해당한다.
포천시 관인면은 경기 최북단에 있는 지역으로 미군 40사단이 주둔하며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인근 군부대 군인들의 외출 및 주거 지역으로 상업이 번성했던 1970년대 초반까지 인구 1만여 명이 넘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주변 신도시로 주거와 상업이 대거 이동하면서 반백 년 동안 물리적 성장은 멈추고, 이제는 초고령 지역이 됐다.
화려한 과거를 기억하는 시민의 바람을 토대로 지난 6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포천시, 경기문화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문화마을 사업이 진행됐다. 전문가 집단이 투입돼 수년 동안 끈질기게 관인면 초과리와 탄동리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벌였다.
그 결과 전쟁과 도시화 등으로 총 5번의 행정구역이 바뀐 특이한 이력 속에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근대 문화유산을 수집했다. 무엇보다 주민으로 구성한 '관인문화재생연구회' 설립을 추진, 이제 이 주민공동체가 스스로 마을의 문화재생 방향을 설정하고 그 변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을 중심부에 있는 관인 터미널을 에코뮤지엄의 중핵 공간이면서 전시공간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공동체의 역사와 생생한 기억이 담겨 있지만 공동화 혹은 소멸 위기에 놓인 건물과 장소에 명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위성 공간을 조성한다.
주민은 각 공간에서 이뤄질 전시와 프로그램의 자료를 수집하는 주민 큐레이터이자 직접 그 내용을 전하고 기록하는 문화해설사로 활약한다. 전문가 집단이 떠나면 소멸하는 기존의 공공미술프로젝트와 차별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관광 명소화 전략을 지양하고 지역공동체의 주체적인 활동을 토대로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성이 두드러진다. 감히 한국형 에코뮤지엄의 성공적인 탄생을 예고하는 바이다.
/조두호(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전문기자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