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한부모 함께하는 음악회2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교회에서 '한부모가족회 한가지'와 발달장애인 청년들로 구성된 '예인 챔버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하고 있다. 2021.8.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서 아주 특별한 음악극이 열렸다. 한부모 가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지난 13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숭의교회 지하 1층 공연장. 한부모 가족과 재능 나눔을 위해 참여한 지역 대학생들이 함께 합창·연기를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는 음악극 '그중에 그대를 만나'가 열렸다.

숭의교회 공연장서 비대면 진행
한부모가족회·예인챔버 등 참여
장애인·비장애인 구분없이 호흡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지원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한부모가족회 한가지'와 발달장애인 청년들로 구성된 '예인 챔버 오케스트라', 성악·지휘·피아노를 전공으로 한 대학생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공연은 비대면 온라인 녹화 상영으로 진행됐다. 잘 나온 영상을 고르기 위해 한 곡당 적어도 서너 차례 이상 다시 촬영하는 일이 반복돼도 합창 단원들은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한 단원이 "이번엔 누가 한 박자 빠르게 불렀느냐"고 하자 무대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언니와 함께 사는 초등학생 최모(11)양은 "주변에 우리처럼 한부모 가구가 많다는 걸 이곳에서 알게 됐다. 친구들에게 내가 공연에 참여했다고 자랑할 생각을 하니까 자신감도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20여년 간 남매를 홀로 키워 두 자녀 모두 결혼해 출가했다는 정모(60)씨는 "이날을 위해 주말에도 빠짐없이 연습 준비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단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합창에 맞춰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들은 비장애인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꾸려 저마다 맡은 악기를 연주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정서적인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가족의 권유로 악기 연주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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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교회에서 '한부모가족회 한가지'와 발달장애인 청년들로 구성된 '예인 챔버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하고 있다. 2021.8.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재촬영 이어져도 무대선 '웃음꽃'
"공연 많이 줄었는데 참여 기뻐해"


공연장 이곳저곳을 누비던 발달장애인 이모(30)씨는 단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이올린을 턱밑에 세우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나고 합창단의 노래를 듣던 이씨는 신이 난 듯 발을 구르고 고개를 젓다가 이내 '조용히 해야 한다'는 듯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그와 함께 바이올린을 켰던 발달장애인 김모(28)씨는 대학에서 전공한 클라리넷 독주도 펼쳤다. 어머니 이모(59)씨는 어릴 적 산만했던 김씨를 위해 심리 치료와 수영, 미술 등 안 해본 게 없었다고 한다.

딸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을 찾으려고 여러 학원에 연락해 "수업을 안 가르쳐도 좋으니까 (아이가) 등원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듭 거절당해 온종일 울었던 적도 많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씨는 "코로나19 이후 음악회가 많이 줄었는데 오랜만에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아이가 굉장히 기뻐했다"고 전했다.

플루트를 연주한 발달장애인 박모(27)씨의 어머니 박모(57)씨는 "악기를 잡는 그 순간만큼은 딸아이가 행복해하는 게 느껴진다. 이때 아니면 언제 사람들에게서 박수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뿌듯해 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수시로 눈 맞춤을 하고 쉬는 시간이면 달려가 필요한 게 있는지 챙겼다.

지역에서 예술 공연·교육 사업을 하는 '예인'의 예술감독으로 이날 지휘를 맡은 오현주(53)씨는 "장애 유무 등 사회적 경계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박현주기자·유진주수습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