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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관극장. /경인일보DB
 

인천시가 우리나라 최초 실내극장의 계보를 잇는 중구 '애관극장'을 매입해 활용하려면, 다른 지역의 유사한 사례를 분석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할 활용 방안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이슈 브리프 2021년 제11호 '애관극장의 현안과 활용 방향' 보고서를 통해 대전시, 제주도, 경기도 시흥시의 극장시설 활용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서도 근현대 시기부터 운영해온 극장이 경영난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지자체 또는 민간이 매입·임차해 문화공간으로 되살렸다.

1935년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 600석 규모로 건립된 대전극장은 구도심 쇠퇴와 멀티플렉스 등장으로 경영난을 겪다 2004년 문을 닫았다. 대전시는 민간 소유의 옛 대전극장을 임차해 리모델링하고, 공연예술인을 위한 공간·공연장인 '믹스페이스'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믹스페이스에 대해 국비를 지원받아 음악창작소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창작소 조성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반대와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인천연구원, 이슈 브리프 보고서
시흥 등 유사사례 선행 분석 강조
대전처럼 국비 지원 연계도 제언
기대감·우려 공존… 적법 절차를
'전문성 갖춘 기관이 관리' 제시
1980년대 시흥시에 처음으로 설립된 시흥극장도 멀티플렉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폐관했는데, 2018년 시흥시가 상영관 일부를 매입했다. 시흥시는 리모델링 등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의 추억이 담긴 극장을 재생하는 기대도 있지만 건물의 낮은 활용도와 사업 추진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도 시의회 등에서 나왔다.

1999년 개관한 제주도 탑동시네마는 폐관 이후 국내 유명 미술품 컬렉터가 2014년 매입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사례다. 1944년 제주도 최초로 설립된 현대극장 건물은 제주시 차원에서 매입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이렇듯 지역 근현대 역사를 상징하는 극장 건물에 대한 공공매입은 기대감과 문제 제기가 공존하고 있다.

인천시가 공공 차원에서 애관극장을 매입하려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시민과 문화예술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활용 방향성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천연구원 보고서는 대전시 사례처럼 국비 지원사업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도 탑동시네마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은 컬렉터가 재생사업을 주도해 지역 명소로 탈바꿈했는데, 애관극장 또한 영상문화 활성화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관리·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편 애관극장 공공 매입을 통한 문화자산화를 요구하는 단체 '애사모'는 최근 호소문을 내고 "애관극장은 그 존재 자체가 인천 근대문화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극장"이라며 "박남춘 인천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