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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D구역에 위치한 제빵공장 전경. 지난 1960년부터 운영했던 제빵공장은 전국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에 보급하는 빵을 생산했으나, 최근 가동을 중단하고 경기 평택 주한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했다. /경인일보DB
 

인천시가 주한 미군과 협의해 인수하려던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제빵공장 내부 시설이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빵공장 시설을 통해 이곳을 역사적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던 인천시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캠프 마켓 D구역(23만㎡)에 있는 제빵 생산 공장(3천300㎡)과 창고(2천850㎡) 내부 시설이 전부 철거됐다.

인천시는 제빵공장 시설 인수에 긍정적이었던 미군과 협의 단계를 밟던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시가 지난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미 내부 자재가 전부 폐기돼 기둥과 조명 등 일부만 남아 있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3월 주한 미군으로부터 제빵공장 시설 인수 절차를 협의하자는 요청을 받았다. 이후 인천시, 주한 미군, 국방부가 합동조사를 실시하는 등 제빵공장 시설을 넘겨받는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전 결정 후에도 최근까지 가동
市 '역사적 공간 조성' 계획 차질
국방부에 명확한 경위 파악 요청


인천시는 합동조사를 한 다음 달인 4월 제빵공장 시설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를 통해 주한 미군에 제출했다. 그러나 주한 미군은 지난달 제빵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내부 시설을 철거하기까지 인천시에 별도 통보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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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D구역에 있는 주한 미군 제빵공장 시설이 철거되기 전 모습. 인천시는 지난 4월 제빵공장 시설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를 통해 주한 미군에 제출했으나, 주한 미군은 시설을 철거하기 전 인천시에 별도 통보조차 없었다. /독자 제공

제빵 재료 혼합부터 발효·제조할 수 있는 모든 설비를 갖춘 제빵공장은 미군의 주식인 식빵부터 케이크·토르티야·나초 등 170종을 생산했던 곳이다.

부평 미군기지가 캠프 마켓으로 축소되기 전인 제24군단 예하 제24군수지원사령부 애스컴이었을 때부터 빵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주둔한 미군은 교통의 요지였던 부평을 거점으로 삼고 제빵공장을 건립해 전국 미군 부대에 빵을 배급했다.

구역별 단계적 반환이 이뤄지는 캠프 마켓에서 D구역 반환 일정을 명확히 정하지 못했던 것도 제빵공장과 연관돼 있었다. 제빵공장을 경기 평택 주한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D구역 반환 일정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제빵공장은 캠프 마켓 이전이 결정된 이후에도 꾸준히 가동되는 등 가장 최근까지 운영됐던 주요 군수 시설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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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D구역에 있는 주한 미군 제빵공장 시설이 철거되기 전 모습. 인천시는 지난 4월 제빵공장 시설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를 통해 주한 미군에 제출했으나, 주한 미군은 시설을 철거하기 전 인천시에 별도 통보조차 없었다. /독자 제공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제빵공장 시설이 어떤 경위로 철거됐는지 명확한 상황을 파악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며 "최대한 남아 있는 건물을 활용해 제빵공장의 역할을 알리고 이곳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