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作 '조경수'. |
한국화가 이현호(36)가 작업에서 다루는 소재는 평범하고 익숙한 모습의 일상 풍경이다. 하늘과 나무, 그저 평범하고 익숙한 모습이지만 그 풍경이 화폭으로 옮겨질 때는 독특한 표정으로 바뀐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익숙한 소재이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결코 익숙하지 않다. 그 풍경들은 때로는 어두운 모습으로, 또 위태롭거나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며 작품을 보는 이에게 어딘지 모를 어색함을 안겨준다.
이현호 작가의 개인전 '감수감내' 전시가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23일 개막해 12월19일까지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쉼을 주기 위해 기획된 2021년 인천도시역사관의 '도시를 보는 작가'의 네 번째 차례다.
한국화 전공에도 '물 번짐 효과' 최소화
장지 '코팅' 후 다양한 물감 켜켜이 쌓아
"매일 마주하는 풍경, 숨은 이야기 질문"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현호 작가에게 인천은 일상의 공간이다. 도시에서 바쁜 일상을 살며 전시장에 찾아올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그는 현수막에 작품을 그려 도심 한복판에 내거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여행을 떠나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만나는 자연 풍경을 소재로 다루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 삶에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의 풍경을 더 집중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상 가운데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에 집중해 화폭에 담아낸다.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누각과 나룻배와 같은 인공물이 등장해 감상자를 작품 안으로 이끄는 도구 역할을 했다면,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의 인공물이 그 역할을 한다. 의자, 가로등과 같은 것들인데, 아름답고 편안한 이상적인 느낌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현호 作 '앞에서'. |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한국화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화 특유의 물에 의한 번짐의 효과는 최소화한다. 마치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쌓듯, 장지라고 부르는 종이에 '코팅'을 해 종이가 물을 흡수하는 것을 막아 그 위에 물감을 여러 차례 덧쌓는다.
특정한 색을 한 번에 두껍게 올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쌓는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색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색이 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낯선 모습으로 소환해낸다.
작가는 특별할 것 없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도 꼼꼼하게 살핀다면 조금씩 다 다르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다고 한다.
이현호 작가는 "매일 접하는 뉴스, 가로수의 모습 등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것들도 관심을 갖는다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면서 "내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의 풍경이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그저 그것들을 일상의 풍경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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