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천이야기 전집 출판기념 특별기고] 당신은 인천의 주인인가? 나그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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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복 전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늘 머릿속에서 공회전하는 주제들이 있다. 도시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

도시의 주인과 나그네는 어떻게 구별하지? 주인이 많은 도시와 나그네가 많은 도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러는 나는 정작 인천의 주인으로 살고 있나?

평소에도 인천의 주인등록증(主人登錄證)이 인천책 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경인일보에서 인천이야기전집이 나왔다. 인천을 비추는 9권의 책 이란 해설서와 지난 20년간 펴냈던 인천책 9권을 묶은 것이다. '격동 한세기 인천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인천의 전쟁', '인천의 독립운동', '인천인물', '인천의 실향민', '인천문학전람', '인천의 고택', '인천항과 사람들', '인천국제공항' 등이다. 인천사람들의 삶의 궤적과 사유의 높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인천 짠내가 풀풀나는 책들이다. 전집의 무게가 7.8kg이라니 문학산 등산길에 백팩에 넣고 다니면 건강에도 좋겠다.



도산 안창호는 일제 강점기 1925년에 '국내 동포에게 드림'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물었다.

"묻노니, 당신은 주인인가 여인(旅人)인가? 여러분이시여! 오늘 조선사회에 주인 되는 이가 얼마나 됩니까? 주인이 아니면 여객(旅客)일턴데 주인과 나그네를 무엇으로 구별할까? 민족사회에 스스로 책임심 있는 자는 주인이요 책임심이 없는 자는 나그네입니다. 주인 된 자는 자기 집안일이 어려운 경우에 빠질수록 그 집에 대한 염려가 깊어져서 그 어려운 경우에서 건져낼 방침을 세우고야 맙니다 ."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주인과 나그네의 차이는 다르지 않다. 도시의 주인은 실제(實際)의 나와 실재(實在)의 내가 일치하므로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구석구석을 아는 사람이며 도시를 걱정하는 주권성이 있는 사람이다. 나그네는 다르다. 실제의 나와 실재의 내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이 없고 걱정도 안하며 오직 자기에게 관심 있는 것만 보면서 대충 사는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의 주인으로 산다는 건
實際의 나와 實在의 내가, 일치 하는 것
책임감 있고 지역 구석구석을 아는 사람
제대로 설명해야 하니 옆엔 늘 책이 있다


그렇다면 인천에서 주인과 나그네를 어떻게 구별할까?

그리 어렵지 않다. 주인들에겐 늘 곁에 인천책이 있다. 주인은 자기 집을 설명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인천을 여러 시선으로 설명하는 것은 인천책 뿐이다. 아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면 그것은 진짜 인천을 아는 것이 아니다. 인천에 대해 설명을 하면 자기의 주체가 드러나게 되고 자기의 주체가 드러나면 더 많은 관심과 질문을 받게 되므로 인천책을 더 많이 계속 읽게 된다.

그러나 나그네는 다르다. 인천이 서울의 주변도시 트랩에 오래 갇혀있는 이유도 사실은 인천에 나그네들이 많은 탓도 있다. 서울을 선망하고 인천을 경유지 정도로 디스카운트한다. 그래서 나그네들에게 인천책은 지적 허영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그네들은 인천의 고유함이나 도시경쟁력 따위에는 무관심한 해불양수(海不讓水) 속의 아류(亞流)이며 주인의식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나서 역대 인천시장들의 직무수행평가가 만년 전국꼴찌인 것이 그 증거중 하나다

인천의 주인들은 왜 인천책을 읽고 소유하려고 하나?

인천책은 역사서든 문학서든 모두 인천사람들의 무늬다. 사람의 무늬가 곧 인문(人文)이다. 인천사람들의 생각이 시대를 따라 여러 사람에 의해 그려진 것이다. 결국 인천사람들끼리의 소통에 필요한 생각들을 모은 것이 인천책인 셈이다. 소통은 행복을 위해서 한다. 그러나 행복이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타자와의 소통에서 얻어지는데 그 필수품 중에 하나가 인천책이 된다. 니체도 말했다. 나 홀로만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의 주인은 나지만 나만이 나의 주인은 아니다. 나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라야 행복하다

동시에 인천의 주인들은 인천책에 대한 소유욕이 있다.

사는 곳이 인천이고 인천에 아파트, 땅, 자동차 다 갖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그가 주인인지 나그네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이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소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천책은 인천에서 주인으로 산다는 자격증이 된다. 자격증 소지자가 많을수록 인천은 당연히 상향평준화 된다. 인천책을 사놓기만 하고 안 읽은 책들이 많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책을 소유한 순간 이미 인천의 여러 생각들을 찾아 헤매는 인천의 참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천책은 엄청난 창발성(創發性)을 갖고 있다

첫째, 시민을 바꾼다

딱 보면 아는 힘이 통찰력이다. 보통시민의 기본은 자기가 사는 동네의 일은 딱 보면 알아야 한다. 주인은 잠결에 들은 소리도 금방 그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안다. 인천에 대한 통찰력은 누가 따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인천책이 그 스승이다. 따라서 인천책은 주인 없는 도시라는 비아냥, 척박한 문화도시라는 딱지, 고유함을 잃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함부로 산다는 소리를 듣던 인천이 어느 날 일류몽(一流夢)을 꾸게 될 변곡점의 뿌리가 된다. 사람들은 인천책을 매개로 결속되고 아는 만큼 인천을 사랑하게 된다. 민도(民度)는 사전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수준을 말하는데 어쩐지 고압적인 냄새가 나서 시민들의 사회적 책임의 정도를 강조하려면 시민력 또는 시민의식이라고 하는 편이 합당한데 인천책은 그 속을 파고들어 사회적 무관심을 치료하는데 특효가 있다.

둘째, 도시를 바꾼다

인천의 축은 2개다. 공항 항만 신도시 같은 물질축과 인천풍(仁川風)의 정신축이 있다. 인천책은 그 정신축의 지도리이다. 인천의 정신축은 도시경쟁력과 정주의식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인천을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서울의 잣대로 인천을 보려는 우리안의 타자 나그네 바이러스를 치료 할 수 있는 도시백신으로도 인천책 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인천책 안 읽으면 서울에게 이길 수 없다. 인천책 안 읽고 서울 뉴스 들으며 살면 그것은 인천에서 함부로 사는 것이다. 정주의식은 인천을 아는 만큼 커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인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인천에 덥석 터를 잡았지만 선망하는 서울로 진입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가진 나그네들에게 인천책은 더 절실하다.

셋째, 갈등을 해소 한다

인천책을 안 읽고 인천을 더 잘 아는 방법은 없다. 역사책 말고도 인천을 다룬 소설, 시, 연극, 심지어는 노래 가사에 까지 인천의 구석구석이 들어있다. 송도신도시 사람들이 부평을 알게 되고 청라가 미추홀을 알게 된다. 서구의 쓰레기매립장 인근 사람들과 남동의 소래포구 상인들이 서로 친해지게 된다. 누구나 알면 덜 싸우는 법이다. 윗층 아이들 뛰는 소리가 짜증스럽다가도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꾸벅 인사했던 그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소음이 아니다. 신구도심간 갈등이 유난히 많은 인천에서 인천책은 훌륭한 갈등 완화제이다.

넷째, 미래를 바꾼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개미가 아니라 거미다. 근면하게 열심히 일하던 산업사회의 개미들이 아니다. 정보 지식으로 무장된 웹사이트 거미들이다. 거미들에게 더 필요해진 것은 대인관계다. 인천에서 더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에게는 정보와 지식을 유통할 대인관계 도구로 인천책이 유용하다.

그렇다면 인천책 읽기와 출판의 효과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까?

인천책들은 니체의 비둘기 걸음처럼 인천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가 떴다고 밤새 내린 눈이 한 번에 녹지 않듯이 인천의 오래된 습관들을 서서히 바꿀 것이다. 그러다보면 닐스 보어(Niels Bohr)의 양자도약처럼 인천책의 효과는 나타난다. 이동경로나 이동궤적이 없고 여기 있다 사라지고 갑자기 저기서도 나타 난다. 공명에 의해 삽시간에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절망속의 우리 인생에 어느 한순간 희망의 빛이 보이거나 봄이 오면 순식간에 꽃들이 만개 하듯이 인천책의 효과는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시민·도시·미래를 바꾸고 갈등을 해소
인천책은 '엄청난 창발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일류도시가 되고자 하는 仁川夢
경인일보 9권 전집서 보듯 플랫폼 필요


이제 서둘러 인천책 플랫폼을 만들 연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인천을 포함한 국내 여러 도시들의 책 읽는 도시 만들기는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 스타트운동, 책 나눔운동 등 여러 도시들의 책읽기운동들은 거의 교육청 관주도여서 교재 냄새가 난다. 재미있는 소설도 교육청이 만지면 졸음이 오는 교재가 된다. 교재는 남이나 사회를 위해 읽는 것이다. 나를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다. 차라리 페이스북에 책 읽기 릴레이를 하는 것만도 못하다.

인천이 일류도시가 되려면 인천몽(仁川夢)이 있어야 한다. 인천의 인(仁) 은 좁은 의미로 어질다지만 넓은 의미로는 씨앗 즉 본질이다. 살구씨의 알맹이를 행인(杏仁)이라고 한다. 본질이 어떤 것을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이게 해주는 성질이듯이 인천만의 본질적 인천책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번 경인일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천책의 출판이 더 체계화 되면 좋겠다. 읽을 책이 많아야 인천책 플랫폼이 돌아가지 않겠나.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된 인물이나 의도적으로 기술된 고정된 권위로부터 탈피하여 임의로 편집되지 않은 묻혀있는 인천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계속 인천책이란 이름으로 출판되기를 기원한다.

선불교 임제선사의 말처럼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다, 머무는 곳에서 주인으로 살면 그곳이 어디든 그 삶이 진정한 삶이다.

/박영복 전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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