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이하 ICT)에서 항만 노동자 A(42)씨가 지난 12일 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사고(2월14일자 7면 보도=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인천항 노동자… 중대재해법 위반 주목)를 두고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5일 전에 인천항만공사(이하 IPA)는 "인천항 컨테이너 화물 하역 현장에서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하는 민원을 받고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생 5일전 안전규정 준수 민원에도
인천항만공사, 별다른 조치 안 취해
경인일보는 ICT 등 인천지역 컨테이너터미널을 출입하며 화물을 운반하는 트레일러 기사 B(42)씨가 지난 7일 작업 현장의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IPA 재난안전실에 요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IPA는 안전보건조치를 포함한 인천지역 항만시설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통화녹음에서 B씨는 "항만 내에서 보행자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안전보건조치를 확보해 달라", "이러다 중대재해 발생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마치 5일 뒤 ICT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예견한 듯한 발언이었다.
항만 노동자 A씨는 지난 12일 근무교대를 위해 작업 구역으로 걸어서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 ICT 등 중장비 이동이 많은 항만에서 노동자가 이동할 때에는 차량 이용이 원칙이다. 만약 작업장에서 차량 이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안전 통로(보행로)를 이용해야 한다.
A씨가 사고를 당한 구역에는 노동자들이 작업 전 대기하는 공간과 작업장을 연결하는 안전 통로는 마련돼 있으나, 이곳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작업할 위치까지 가는 데에는 안전 통로가 없던 것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작업장 연결된 안전통로 없어 참변
중부고용청, 위반 확인·작업중지 명령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이러한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13일 ICT 일부 구역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14일에는 하역 장비로 컨테이너 작업을 하는 에이프런(Apron) 구역과 컨테이너 야적장(CY) 구역까지 작업 중지 구역을 확대했다.
B씨는 녹음 파일을 경인일보에 제공한 이유와 관련해 "매년 항만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지속적으로 안전보건조치를 확대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며 "IPA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이런 사고가 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IPA 관계자는 "당시 민원이 접수된 것을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IPA는 노동자 안전을 위해 매년 사측과 협의해 안전 통로를 늘리고 있다"면서도 "ICT 등은 모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보니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항만 내 산업재해 방지책에 대해선 "인천지역 전체 항만에 대한 안전조치를 점검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