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 최대의 디자인 어워드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을 비롯 전세계 다수 기업들의 제품이 최근 발표된 독일 '202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이름을 올렸다. 상당수는 대기업 제품이었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사용하는데 안전하고 편리해야 하는 데다 디자인까지 뛰어나야 하니 3박자를 고루 갖추려면 오래도록 공을 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군포에 있는 광학 의료기기 제조업체 '일루코'는 작은 기업이다. 2015년에 설립, 올해로 창업 7년이 됐다. 신생 중소기업의 제품이 당당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의료용 확대경인 '메디컬 루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루페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것은 아시아를 통틀어 처음이다.
일루코는 작은 기업이지만, 홍일표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에 광공학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내부에 광학설계연구소를 갖추고 설계부터 렌즈 가공, 코팅 등 모든 공정을 OEM업체에 맡기는 게 아니라 직접 담당하고 있다.
'메디컬 루페' 아시아 최초 '영예'
돌출부 없이 뻗은 가운데 '물결무늬'
제품 성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창업 직후 출시한 피부암 진단 기기 더마토스코프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선 빠짐 없이 쓰이고 있다.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곳은 전 세계 3곳뿐. 그중 한 곳이 일루코다.
기술력은 충분했지만 작은 기업이다보니 해외 유명 전시회를 부지런히 다녀도 판로를 확대하는 데 벽을 느꼈다. 시선을 끌 수 있는 요소가 절실했다. 디자인이었다. 다수의 의료기기에서 디자인적 요소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의료진의 수족 같은 기기이기에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사용하는데 편리해야 했다. 여기에 예쁘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루페는 확대경을 안경에 부착, 이를 착용해 특정 부위 등을 확대해서 보는 데 쓰인다. 전세계 1, 2위를 다투는 해외 유명 기업들의 루페제품도 이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루코 루페의 확대경은 돌출된 부분 없이 쭉 뻗은 가운데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다. 확대경 때문에 루페의 무게가 상당해 이를 온종일 착용하는 의료진의 신체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테 무게 감소·관찰범위 확대 설계
'세계 3곳' 피부암 진단기기 제조도
이에 테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기존처럼 의료진이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원하는 부위를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설계해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헤드라이트도 터치 하나로 켜질 수 있게끔 했다. 루페도 스마트하고 예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결코 만만치 않았다. 기업 창업 후 3년에서 7년까지를 '데스 밸리' 기간으로 부르는데, 일루코의 루페 개발은 꼬박 해당 기간에 놓여있었다. 출품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디자인의 철학과 주된 요소, 사용자 측면에서 고려한 점 등은 물론 의료기기인 만큼 안전성과 편의성도 중요한 요소였다. 출품을 위해 다비드 테니에르 1세의 명화 '이빨 뽑는 남자'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홍보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작지만 큰 한국 기업의 저력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통해 보여준 만큼, 이를 토대로 해외시장에서 도약하는 게 올해 일루코의 목표다.
홍 대표는 "단순히 디자인만 유려해서 수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력과 안전성, 기능성 등도 충분해야 하기에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기에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이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게 올해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