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천 집어삼키고 한탄강 위협하는 검붉은 염색폐수

입력 2022-07-26 19:46 수정 2022-08-09 15: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27 19면

한탄강 유역은 재인폭포와 주상절리 등 청정 생태계와 지질학적 가치로 2년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자연유산이다. 이처럼 소중한 한탄강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검붉게 물들며 죽어가고 있다. 지류인 신천 유역에 집중된 섬유단지에서 염색폐수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을 집어 삼킨 검붉은 염색폐수가 이제 한탄강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탄강 수계에는 염색폐수를 배출하는 섬유업체 350여개가 밀집해있다. 전국 염색가공업체의 43%에 이르고 대다수가 한탄강 지천인 신천 유역에 분포한다. 오염원이 염색폐수라 강은 핏빛에 가깝게 검붉다. 검붉은 강은 혐오와 공포를 유발한다. 신천 유역에선 수변경관에 노출된 집값이 더 싸다고 한다. 환경부 기준으로 청소·화장실 용수의 색도는 20도, 수돗물은 5도 이하이다. 그런데 신천하수처리장 인근은 평균 100도, 동두천하수처리장 인근은 평균 86도를 넘는다. 하수처리장들이 환경지표에 따라 염색폐수를 정화하지만, 색도 관리는 포기한 채 그대로 방류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신천 유역의 하수처리는 기준대로 정상적으로 배출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장실 용수 기준의 5배에 달하는 신천의 색도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자료와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이다. 검붉은 색을 구성하는 물질의 정체를 모른채 정상적인 하수처리를 강조하니 답답한 일이다.

검붉은 강물을 맑게 돌려달라는 유역 주민들의 민원은 오랜 세월 이어졌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탄강 수질개선종합대책을 세 번이나 발표했다. 하지만 신천을 핏빛으로 물들인 검붉은 염색폐수가 한탄강에 이르렀다. 한탄강과 신천 유역의 주민들은 한강과 한강 지천들이 검붉게 물들었다면 환경부나 경기도가 이렇게 한가했겠느냐고 묻는다. 민원과 여론의 크기가 작아 문제 해결이 지체된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실제로 세계문화유산 한탄강 유역이 본격적으로 검붉게 물들면 환경부와 경기도의 태도가 달라질 테지만 그때 가능한 대책을 지금 안 할 이유가 없다. 4급수인 경안천을 2급수로 만들어낸 환경부와 경기도가 마음만 먹으면 신천과 한탄강의 푸른 물색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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