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최근 개최한 비전 선포식에서 균형, 창조, 소통을 가치로 내걸고 시정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구도심과 신도시 간 교통·주거 격차를 줄이고 연간 100조원의 경제규모를 갖춰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도록 힘쓰겠다는 게 유 시장이 내세운 인천 발전 구상이다. 인천의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닌 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시장은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대표 공약으로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등을 내세웠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인천항 내항 1·8부두를 포함한 항만부지 182만㎡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역사·문화가 어우러지는 해양관광과 레저문화 중심의 '하버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인천항 내항이 위치한 중구 일대는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도시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유 시장의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의 계획에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본다. 인천항 내항 전체는 인천항만공사 소유로, 이를 자치단체가 매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인천시의 이런 계획에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만시설을 자치단체가 개발하기 위해선 관련 법규 개정도 필요해 국회 논의과정 등 시간도 많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연구원 등이 이런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유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뉴홍콩시티' 건설도 강화 남단 일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홍콩에서 이탈하고 있는 다국적 회사와 금융 자본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강화도와 영종·청라국제도시를 연계해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 등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나, 강화 남단 개발사업의 경우 이미 안상수 전 시장 시절 추진됐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이와 함께 유 시장은 경제 규모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기업 유치를 내세웠다.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첨단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전략은 나오지 않았다. 민선 8기 인천시의 비전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성 있는 계획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 전략이 먼저 제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