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설] 불투명한 제평위 심사 결과를 거부한다

입력 2022-10-16 19: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17 19면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객관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은 제평위를 방패 삼아 '제휴'라는 이름으로 뉴스를 통제하지만, 제평위는 스스로 언론과 뉴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제평위가 최근 진행한 인천·경기권역 지역매체 특별심사는 이러한 심증을 확증으로 굳히는 계기가 됐다. 제평위는 이미 지난해 지역 언론 특별심사에서 경인지역 언론사를 누락해 말썽을 빚은 바 있다. 전국 9개 권역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으나 경인지역만 입점 언론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노조는 "애초 전국을 9개 권역으로 쪼개 심사한다고 할 때부터 사달이 예상됐다. 지역언론의 공적 책무를 살피지 못하는 작위적 심사 기준, 포털의 일방통행식 입점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방증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언론계 및 언론노동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인천·경기권역 지역매체 CP 입점 특별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일방적이다 못해 무례하다. 특별심사라는 이름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언론사를 합격시킨다는 게 이들의 공지인데, 평가점수나 과정 등을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자격증 시험도, 하다못해 보습학원 쪽지시험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기준과 규칙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뉴스의 80%를 유통하는 제평위의 평가는 그들만의 담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합격한 매체도 불합격한 매체도 자신들이 왜 붙었고, 떨어졌는지 이유를 모른다. 차라리 '제비뽑기'라면 운이 나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뉴스는 팩트다. 로또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제평위는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독립기구를 설립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10월 출범했는데, 실상은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비제도적 기구다. 포털의 뉴스 입점 평가를 사실상 대행해 주는데, 이들이 포털의 뉴스 독식에 방패막이가 돼 주고 있다. 이들의 주관적 평가를 통과해야지만 사기업간 거래인 뉴스제휴가 이뤄진다. 제평위가 신이 아닌 이상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최종 선정 전에 평가에 대한 소명 기회는 물론 자신들이 평가를 내린 근거에 대한 확인 작업이라도 거쳐야 한다. 뉴스제휴 평가의 과정이 일방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중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도 이미 여러 차례 지적받았다. 공신력 있는 기준과 가점은 배제되고 현장을 파악하는 실사조차 나오지 않는 게 제평위다. 인사를 할 때도 세평(世評)이란 것을 듣는데, 지역 언론을 가장 잘 아는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야기는 선정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해당 언론이 지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또 어떠한 비판을 듣는지 이를 수렴할 장치는 전무하다. 뉴스의 가치는 주관적인데다 전문적인데 독자는 물론 지역 사정도 잘 모르는 인사들이 평가에 참여해 최고점을 낸다. 그러고보니 평가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제평위의 잘못만은 아니다. 대형 포털이 정한 기준대로 제평위가 입맛대로 구성되고, 모호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심의 자료도 제평위가 직접 만들지 않고, 포털 측이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에 대한 평가는 언론기구가 가장 잘 안다. 신문협회 디지털특위는 ▲제평위 운영의 공정성·투명성 확보 ▲제휴심사 피드백 강화 ▲매체별 특성을 고려한 뉴스입점 규정 마련 ▲(제평위 구조에서 탈피해) 포털·언론·이용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구 신설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을 대표해 국회도 제평위 투명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결국 제평위는 이미 신뢰를 잃고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적폐로 꼽혔다.

경인일보는 경기·인천 지역신문이다. 올해가 창간 77주년으로 가장 오랜 세월 지역을 대변해왔다. 언론 자유화 원년인 1988년 이전의 경기도와 인천시의 자화상은 경인일보를 통해서만 대면할 수 있다. '경인일보' 제호 자체가 지역의 역사다. '이달의 기자상'·'한국기자상'·'한국신문상' 등 그랜드 슬램을 3년 연속하는 등 경인지역 언론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정치·행정·사법·경제 등 사회 전 영역에서 권력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불합리를 고발하고 싸워왔다. 기자협회 및 언론노조에서도 지역언론으로서 중심축 역할을 담당해 왔다. 경인일보는 이번 제평위의 특별심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에 대한 법적 조치 등도 검토해 양대 포털의 뉴스 제공 시스템과 제평위의 폐쇄적 운영을 지적하고 맞서 싸우고자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또한 우리가 새로운 포털 권력을 견제하며 지역을 대변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사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