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횡단보도 높은 경계석 '장애'… 인천 지침, 교통약자 보행 위협

입력 2022-11-17 20: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18 4면

장애인 횡단보도 턱
최근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한 횡단보도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인 박성호(47)씨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22.11.17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우리도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싶습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박성호(47)씨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을 가는 게 버겁다. 높은 경계석이 있는 횡단보도를 5차례나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사는 박씨가 집 근처에서 영화관까지 가는 길을 동행했다. 첫 번째 횡단보도는 경계석 중 경사도가 완만한 쪽의 폭이 휠체어 1대만 겨우 지날 수 있는 정도로 좁았다.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다닐 수 있도록 경계석 턱을 부분적으로 낮춰 놓은 것을 '부분 턱 낮춤'이라고 줄여 부른다.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한 여성이 밀고 오는 유모차가 지나갈 때까지 박씨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관 바로 앞 횡단보도 경계석의 턱 낮춤 통로는 한 자동차의 갓길 주차로 막혀 있었다. 박씨는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된 자동차를 피해 길을 건너야 했다. 횡단보도로 들어설 때 박씨의 휠체어는 '쿵' 소리와 함께 휘청거렸다. 휠체어 바퀴가 턱을 낮추지 않은 경계석 부분에 살짝 부딪친 것이다.

박씨는 "갓길에 주정차한 차들이 경계석의 낮은 부분을 막고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지나기 어려워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불법주차 막혀 휠체어 통행 난관
권익위도 관련 민원에 개선 의견
부분 턱 아닌 전체 낮게 시공 추세


박씨처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등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해놓은 부분이 턱 낮춤인데, 때로는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경계석의 낮은 부분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돼 있거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등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야간에는 경계석의 낮은 부분을 찾기가 어려워 시력이 나쁜 장애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인천시가 2013년에 마련한 '인천시 보행환경 지침'에는 횡단보도 경계석의 턱 낮춤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규정돼 있다. 차량이 인도로 진입하거나 경계석에 걸쳐 불법 주정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졌다는 게 인천시 관계자 설명이다.

최근에는 경계석의 턱 낮춤 부분을 통해 오가는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등이 많아져 박씨처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보행 환경은 더 나빠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인천시에 보행환경 지침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는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들이 아파트 주변 횡단보도 경계석 전체의 턱을 낮춰달라고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횡단보도 경계석은 교통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부분 턱 낮춤이 아닌 전체 턱 낮춤으로 시공되는 추세라고 한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종인 사무국장은 "횡단보도 경계석 전체 턱 낮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뿐 아니라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인천시의 전향적인 정책 검토를 촉구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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