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선될 기미없는 감정노동자 인권

입력 2022-12-21 20:13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2 19면
상담사, 콜센터 안내원, 승무원, 판매업 등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여전히 인권과 권익을 침해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폭언·욕설에 시달리고,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와의 분리 등 사후 조치가 미흡했고,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부족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인천시가 7개 직종의 감정노동자 1천46명을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내부 규범과 폭언·폭행을 금하는 문구 제시 및 음성 안내 등 '권리 보장 수준'을 묻는 항목은 평균 45.6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피해 발생 시 민원인과 피해자 분리, 직장 내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제공 등 5개 항목을 평가하는 '피해자 지원 영역'은 평균 40.3점이었다. 감정노동자들이 경험한 '권익 침해 유형'으로는 '무리한 요구(32.8%)', '인격 무시 발언(24.4%)', '폭언·욕설(21.7%)', '민원 제기 협박(12.5%)' 순이었다.

감정노동자라도 민간 부문 종사자가 공공 부문 종사자보다 감정 손상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손상 여부를 조사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는데, 민간 부문은 60점, 공공 부문은 55.2점으로 집계됐다. 50점을 넘으면 '감정 손상이 심하다'와 '감정 손상이 매우 심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조직 보호 체계는 민간 63.3점, 공공 73.6 점으로 조사돼 감정 손상이 심한 민간 종사자들이 보호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통해 감정노동자들은 정신적 폭력에 노출돼 있고, 민간 부문이 더 심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권익을 침해받고서도 제대로 보호받거나 구제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온전한 회복을 지원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어느 누구도 감정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할 권리가 없다. 폭력·폭언, 협박에 노출된 감정노동자들의 근무 실태가 파악된 만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상담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전문 기관과의 협업체제를 강화해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감정노동자권익보호센터'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시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 행정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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