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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 아르케의 화성 소재 시설 오픈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3.1.30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중요성은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 등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상했다. 이후 정부는 물론, 반도체 산업의 메카임을 자처하는 경기도도 각종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에 주력해왔다. 경기도내 관련 기업들 역시 국산화 실현을 위해 매진했다.

아르케는 그런 기업들 중 한 곳이다. 2013년에 설립해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기업인데,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필요한 소재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대표적인 게 SiC(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 기반 전력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전력 반도체는 고전압, 대전류, 고주파수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다. 해당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전력 생산 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실리콘 반도체로는 구현하기가 어렵다.

이에 주목받은 게 실리콘과 탄소로 구성된 소재인 SiC다. SiC가 기반이 되는 반도체는 높은 전압에서도 동작을 잘 구현할 수 있고 열 전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냉각할 수 있다. 또 실리콘을 포함하고 있는 재료이기에,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을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기차 등 여러 첨단 산업이 발전할수록 반도체 고도화 필요성이 커졌고, 그에 따라 이런 SiC를 기반으로 한 전력 반도체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첨단산업 고도화 'SiC' 수요 늘어
우주·국방용 설비 1만2천V급 목표
서상준 대표 "세계 최고 성능 개발"


아르케는 이를 위해 달려온 회사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 아르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런 전문성은 아르케가 국내 최초로 SiC 기반 Epi(에피택셜·웨이퍼에 얇게 새로운 층을 쌓아올리는 공정) 기술을 상용화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SiC 기반 전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SiC가 기반이 된 에피택셜 웨이퍼 등 관련 소재 등은 아직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려면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가 매우 중요한 만큼, 더욱 보폭을 넓혀가겠다는 게 아르케의 포부다.

이를 위한 화성 생산시설을 지난 26일 열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독일 반도체 기업 엑시트론(Aixtron)의 G5 장비 도입을 추진한 게 특징이다. 현재는 650V, 1천200V급의 반도체에 쓰이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보다 고도화된 장비를 토대로 3천V, 6천V급을 넘어 항공 우주·국방용 설비 등에 쓰일 수 있는 1만2천V급의 반도체 개발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목표다. 올 4분기 SiC 기반 에피택셜 웨이퍼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아르케는 별도의 행사를 통해 본사 사옥을 화성시 안녕동으로 이전했다는 점과 시설 구축 소식을 알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국회 반도체 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 웹젠 의장인 김병관 전 국회의원, 유지범 성균관대학교 총장, 추혜용 전 삼성전자 부사장, 방욱 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 연구단장, 오창교 아토리서치 회장, 고진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장, 이병헌·이홍 광운대 교수, 반도체산업협회 김석호 회장·안기현 전무, 전명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박사 등이 참석했다.

양향자 의원은 "최근에 미국 CES에 다녀왔는데 다시 '반도체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 발전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이뤄지는데 그 중심엔 다양한 반도체 기술이 있다. 아르케의 도전이 매우 의미있는 이유"라며 "제도권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제대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상준 아르케 대표는 "아르케는 지난 10년간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아르케는 작은 기업이지만 기술과 사람이 있고, 꿈이 있다. 이미 3천V, 나아가 1만V 이상의 고밀도 전압, 세계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는 소재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SiC 소재의 국산화를 완성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