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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2시께 수원시 매산동에서 60인실 고시원을 7년째 운영하는 김모(45)씨가 이달 나온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는 모습. 2023.2.6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고자 마련한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정작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시원에 떨어진 난방비 폭탄
수원시 매산동에서 60인 시설 고시원을 7년째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이달 나온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도시가스 요금은 123여만원, 전기 요금은 90여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만원씩 인상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안산시 중앙동의 한 30인 시설 고시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달 나온 도시가스 요금은 32만원, 전기 요금은 52여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해당 고시원을 10년째 방세 19만원으로 운영하는 김모(74)씨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세입자들이 떠나갈까봐 인상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부, 고시원·고시텔 입주자 지원
실제 난방비는 사업자가 부담 상황


정부의 대책인 에너지 바우처와 지원금이 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고시원·고시텔 입주자에게 지원되지만, 실제 난방비는 고시원·고시텔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

매산동 고시원주 김씨는 "한 달 방세가 20만원인데 현재 인상된 난방비를 감안하면 2만~3만원은 올려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지만 거주자 대부분이 기초수급생활자 등 취약계층이고, 현재 방세를 미납하는 분들도 많아 인상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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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창고를 살펴보고 있는 정모(60대)씨의 모습. 올해 교회에서 연탄 200장가량을 지원 받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몰라서 못 쓰는 에너지 바우처
수원시 평동에 거주하는 정모(60대)씨는 60만원이 조금 넘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한 달 한 달을 지내온 지 벌써 10여 년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1인 가구인 정씨는 에너지바우처로 연탄을 구매하면 되나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해 그간 이용하지 못했다.

정씨처럼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이라고 해서 모두 에너지바우처를 받지는 않는다. 소득기준과 세대원 구성 기준을 전부 충족하되, 행정복지센터에 방문·전화하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사회 공공부조는 수혜자가 직접 공공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신청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서류 작성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 입장에선 에너지바우처를 손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수급자 직접 공공에 요청이 원칙
2021년에만 1만2624가구 '미신청'
 


쪽방이나 고시원 등은 대개 등유·LPG·연탄으로 난방을 한다. 고지서에 나온 금액을 차감하는 도시가스와 달리 카드사나 은행에 연락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 받고 직접 연료를 구입해야 한다.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에너지바우처를 신청한 뒤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실제 경기도 내에는 에너지바우처를 신청하지 않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지난 2021년에만 최소 1만2천624가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의 에너지바우처 미발급률은 9%로 전국 평균치인 6.65%를 훌쩍 웃돌며 상위권을 기록했다.

/유혜연·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