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관장의 뮤지엄 이야기·(1)] 선진국에는 왜 박물관이 많을까

공동체 의식·공감대 높여 '사회적 갈등 해소' 일환
입력 2023-03-09 18:59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10 11면
김기섭 관장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2021년도 전국 1천171개 박물관·미술관 중 182개는 경기도, 34개는 인천에 있었다. 경기도 15%, 인천 2%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당시 인구에 비하면, 경기도는 8만8천명 당 박물관·미술관 1개, 인천은 8만6천명 당 1개꼴인데, 전국 평균 4만4천명, 선진국 평균 1만~2만명에 비하면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경기도와 인천에는 박물관·미술관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이에 박물관·미술관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살펴본다. → 편집자주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초 전세계의 박물관은 총 10만4천개이다. 그중 3만3천82개는 미국에 있다. 무려 33%에 달한다. 두 번째로 박물관이 많은 나라는 독일로서 6천741개이다. 세 번째 일본은 5천738개, 네 번째 중국은 5천535개이다. 한국은 1천102개로서 18위에 해당했다.

조사 당시 미국 인구는 3억3천500만명이었다. 인구 1만명 당 박물관을 1개씩 세운 셈이다. 당시의 독일 인구는 8천400만명이니 1만2천명 당 박물관을 1개씩 세운 셈이다.

이런 식으로 인구와 박물관 수를 대비시키면, 박물관 1개에 일본 2만1천명, 프랑스 1만3천명, 이탈리아 1만8천명, 영국 2만1천명, 캐나다 1만7천명 꼴이었다. 반면, 인구가 많은 중국은 26만1천명, 브라질은 5만5천명에 해당했다. 대한민국은 박물관 1개 당 4만6천명이었다. 숫자는 저마다 달랐으나 공통점이 드러났다. 선진국일수록 박물관이 많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유네스코 본부에 사무처를 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2022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26차 세계박물관대회에서 박물관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새로 정의했다.

"박물관은 유무형의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 및 전시해 사회에 봉사하는 영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개방해 접근하기 쉬워야 하고 포용적이며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해야 한다. 박물관은 전문적이고 윤리적이며 지역사회와 함께 운영하면서 교육, 즐거움, 성찰 및 지식 공유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2007년 제24차 대회에서 채택한 박물관 정의에 비해 대중의 접근성, 포용성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더욱 강조한 것인데,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은 '사회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영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라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 중심의 서구사회는 학교에서의 노골적인 이데올로기교육 대신 사회교육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사회구성원의 공감대를 높여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 노력해왔다. 경험이 같을수록, 지식을 공유할수록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비슷해진다는 관점에서 박물관을 많이 지었다.

그리고 박물관 운영을 통해 인류사회는 경쟁할 때보다 협력할 때 더욱 발전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도 있다. 박물관이 그렇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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