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도내 한 전통시장의 모습. /경인일보DB
설 자리가 좁아지는 전통시장이 온라인 플랫폼 입점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을 노렸지만, 플랫폼 내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모양새다. 희망을 봤던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서도 전통시장들은 바로배송과 할인혜택 등으로 무장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확장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목소리다.
22일 소상공인 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로 개척과 매출 확대를 위해 2019년 1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출범했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먹거리를 네이버를 통해 주문하면 2시간 이내 또는 당일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경기·인천지역에는 현재 28곳의 지역 전통시장이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해있다.
하지만 지역별 매출 편차가 심한데다가 최근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장세에 소비자들의 이용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각 시장상인들의 목소리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거래액이 출시 이후 약 74배, 주문건수는 61배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경기도내 전통시장 2곳은 관심고객 수가 한자리 수에 머무르고 있다. 관심 고객수가 수백명인 전통시장도 일부 상품에서만 매출이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진출… 할인 등 수개월만에 '관심고객 100만'
지역별 편차 큰 '동네시장 장보기' 시들… "실질적인 상생 방안 필요"
기업형 슈퍼마켓의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진출은 전통시장엔 더 큰 타격이 되는 모양새다. 올해 네이버에 도입된 장보기 퀵커머스 서비스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형 슈퍼마켓은 바로배송은 물론 첫구매 할인상품, 20% 상시 할인 쿠폰, 5천원 할인 쿠폰 등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혜택으로 각 업체의 관심 고객수가 수개월만에 1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를 바라보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수원 매탄동의 상인 A씨는 "온라인 판매한다고 교육받으면 뭐하나. 큰 기업에서 팔아치우면 영세상인들은 감당할 수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기업간 실질적인 상생 협력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디지털화를 추진하지만, 각 전통시장에선 A씨의 말처럼 온라인에서도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같은 상품을 같은 가격에 팔아도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대형 유통업체에서 구매한다. 물건 가격, 배송비가 비싸고 할인 혜택도 없는데 온라인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정 상품은 전통시장에서만 팔 수 있게 한다든가, 전통시장 배송료는 무료로 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한다든가 하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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