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식作 '무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곽인식, 완숙한 경지의 빛 투과 색점 '중층 조화'
김정숙, 브랑쿠시 영향 '키스' 사랑 세련된 표현
김환기, 1966년 뉴욕 활동 시기 작풍 변화 드러나
곽인식은 재료의 성질과 활용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한 작가이다. 그의 초기작은 전쟁 시기의 암울한 현실이 반영된 듯한 색채와 형상으로 초현실주의적, 야수파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후 1960년대에는 유리나 돌, 나무 등을 화면에 붙여 물성을 강조한 작품이 나타나는데, 우연한 효과를 담아낸 물성 실험은 이우환이 참여한 것으로 잘 알려진 모노하(物派) 운동(물체, 그 자체를 탐구하면서 미학적인 면의 발견을 추구함)의 선구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일본의 전통 종이에 쌀알 같은 타원형의 색점을 겹쳐 그리는 채묵화 형식의 평면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1980년대는 화지 작품이 완숙한 경지에 이른 때로 작품 안에서 빛이 투과되는 듯 연한 단색조의 색점이 서로 겹치며 중층의 조화를 이루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 시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지를 이용한 채묵 작업에는 '작품' 또는 '무제'라는 명제가 일관되게 붙어 있으며, 물감을 풀어 종이의 앞이나 뒤에서 붓으로 찍어 약간 번지는 듯한 효과를 노렸다. 곽인식의 이러한 미점은 매우 연하고 부드럽고, 하나의 점이 다른 점을 부드럽게 감싸는 화합과 조화, 상생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김정숙作 '키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김정숙은 브랑쿠시와 헨리 무어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유기적이고 단순한 추상 형상의 작품을 발전시켰다. 그는 또 다른 여성 조각가 윤영자와 함께 1974년 '한국여류조각가협회'를 설립해 여성 조각가의 작가주의적 활동을 장려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에 따르면 작가의 예술 경향은 4가지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전반까지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기, 1960년대 후반 인간의 형상을 단순화한 시기, 1970년대 전반에 '토템'을 주제로 추상화된 작품을 제작한 시기,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 '비상'을 주제로 날개 형상의 추상 조각을 선보인 시기 등이다.
작가는 점차 고도로 추상화된 작품을 제작하며 생명과 자연의 원형을 탐구하거나 초월적 경지에의 염원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키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사랑의 요점을 세련되게 표현한 작품으로 본질을 추구하는 동시에 단순하고 유기적인 하나의 덩어리로 에너지의 흐름을 담아냈고, '비상'은 새의 날개를 단순화한 초월, 상승, 자유의지의 표상으로 '비상(飛上)'의 본질에 닿고자 했다.
김환기作 '무제'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제공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김환기의 작품은 그가 머물렀던 장소를 기반으로 제작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 관학파부터 입체주의, 추상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을 받아들였고, 귀국 후 '신사실파'를 창립해 활동하면서 195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민속 기물과 자연 풍경을 양식화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후 파리로 자리를 옮겨 한국적인 사물의 형태와 조형 요소에 대해 고찰하며 실험적인 작품을 그려냈다. 1960년대 이후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변화된 작품을 선보였는데, 작품은 좀 더 추상적으로 변모하면서 구체적인 형상 대신 선과 점들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무제'(1966)는 점과 선, 그것들의 배치를 다룬 작가 고유의 감각이 드러난 작품이다. 1970년부터 1974년까지 김환기의 작품은 '점화' 양식으로 나타나는데, 이 시기 작품들은 1970년대 이후 드러나는 비대상적 주제에 대한 추상성이 양식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조형적 요소를 머금고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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