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으로 파견된 한국지엠 인천 부평 제2공장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지엠은 부평 제2공장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650명에 대해 창원공장에 근무하라는 인사명령을 냈다. 이들 중 400여 명은 부평 근무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인사통보 SNS 메시지에 따라 하루아침에 부평에서 400㎞ 떨어진 창원으로 떠나야 했다. 수백 명 노동자들이 일시에 비자발적으로 이주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창원 파견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산업재해 수준이다. 이들은 이리저리 내몰리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력감'과 '서러움', 회사의 일방조치에 대한 '배신감', 암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과 의료진의 진단에 의하면 파견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중증 우울증 에피소드, 공황장애, 적응장애 상태이다.

경인일보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창원파견 노동자들의 심리불안 상태가 계속되면서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불안·우울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극단적 선택의 위험징후 비율이 일반 정규직 노동자보다 무려 18배나 높게 나타나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위기는 고립감(85.9%)이다.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인사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가족과 생활기반으로부터의 갑작스러운 단절로 인한 것이다. 심리적 요인 외의 문제도 있다. 파견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조립 라인에 배치됨으로써 실제로 근무 강도가 높아진 탓도 있다. 이로 인해 파견 노동자들은 92%의 노동자들이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평 제2공장 파견 노동자들의 앞날은 부평공장의 재가동 여부에 달려있다. 인천시와 정부는 60여년 간 인천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온 부평공장이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으면서 연관산업의 첨단화·재구조화를 이뤄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장 시급한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이다. 한국지엠은 회사의 반강제적 파견과 조립 라인 배치로 인해 좌절감과 고립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등의 긴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창원공장의 근무환경도 다시 살피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