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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가 적혀있는 명동손만두집 내부.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가격표에 다 적혀 있어요. 바가지 씌우는 일은 있을 수 없죠"
김태희씨는 35년째 수원못골종합시장에서 만두를 팔고 있다. 우리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정성껏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빚으며 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속이 많이 상한다. 최근 논란이 된 전통시장 바가지요금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시장에 가면 바가지를 씌운다고 하는데, 5년 동안 우리 가게는 한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듯 말했다.

실제로 김씨의 손만두 가게 벽면엔 메뉴 가격이 적힌 노란 가격표가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수제 만두 10개 5천원, 손칼국수 7천원. 살인적인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서민들이 한끼를 든든히 해결하기에 합리적인 가격선이다. 가격표에 적힌 대로 정직하게 장사하고 있다는 김씨의 말에 더욱 믿음이 갔다.

최근 지상파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영양군 축제에서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이 된 옛날 과자 상인으로 인해 전통시장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옛날 과자 1.5kg을 7만원에 파는 장면이 방송으로 나오면서 이를 본 시청자들의 분노가 커졌다. 방송 이후 영양군은 문제의 상인은 영양 전통시장 상인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상인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논란의 불씨만 점점 커져 경기도 내 지역축제까지 불똥이 튀었다. 특히 '전통시장'까지 그 범주에 묶이면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장사하는 시장 상인들까지 '바가지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
예능서 불거진 옛날과자 바가지 요금 논란
40년 자리 지킨 상인들 '가격 정찰제' 정직하게 장사
일주일에 2~3번 찾는 시민들 "먹거리 한 번에 즐겨"

 

15일 수원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수원못골종합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상인들을 직접 만나 요즘의 상황을 물어봤다.


온라인 상의 뜨거운 논란과는 달리, 평일 임에도 시장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많았다. 주차타워에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먹거리를 구매했다.

수원못골종합시장 상인회 수석부회장이자 떡집을 운영하시는 김봉녕씨는 "나도 뉴스를 접하고,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불쾌했다. 오랜 시간 장사하면서 바가지 씌운 일은 절대 없다. 오히려 시장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덤으로 더 주는 게 시장 상인의 인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TV에 나온 상인이) 장사가 안되고, 사는게 어렵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그러면 안된다"며 "우리 시장에는 40년 넘게 장사한 분들도 많다. 그 시간 동안 항상 가격을 정확하게 받고 있다. 한 철 장사하는 이들은 우리 시장에서 있기 힘들다. 상인회에서 검증하기 때문에 입점하기도 쉽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제로 상점들 상당수는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김씨는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불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상인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가격과 품질로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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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별로 가격을 표시한 못골종합시장 내 전집.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이 날 수원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최근 불거진 논란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수원에 거주하는 위지영씨는 "원래 시장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2~3번 정도 온다. 한 번에 먹거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며 시장의 장점을 말했다. 이어서 바가지요금과 관련해 "오해가 생긴다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장을 직접 가보면 합리적으로 소비할 기회가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은혜씨도 "이 동네는 바가지요금이 전혀 없다. 오래 전부터 시장을 다녔지만, 그렇게 느낀 적은 없었다. 역사가 깊은 시장이기 때문에, 믿고 와도 좋을 것 같다"며 전통시장에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시민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개인의 욕심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통시장을 지키며 성실하게 장사하는 일반 상인들까지 오해를 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상인들 역시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 더욱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이번 주말, 가까운 전통시장에 방문해 넉넉한 시장 인심 속 즐거운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