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in 경기도·(8·끝)] 예술가의 구도자적 성찰 '권진규, 김종영, 백남준'

입력 2023-07-03 19:02 수정 2023-07-03 19:4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04 15면

권진규, 이순아
권진규 '이순아'. /권진규기념사업회·이정훈 제공

과감하게… 권진규, 소리를 양감으로 표현할까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김종영, 국내 추상 조각 도입·전개에 앞장서며
전위적으로… 백남준, TV화면 속 자신에 빠진 부처 성찰하다


함경남도 함흥 출생의 조각가인 권진규는 음악을 감상하던 중 '소리를 양감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조각가가 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약 8년간의 일본 유학시절에 시미즈 다카시로부터 미술을 배웠는데, 시미즈 다카시는 앙투안 부르델의 제자로 서구 조각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권진규는 부르델과 다카시의 영향을 받아 데생을 바탕으로 인체를 정확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불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이는 동양 고전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작품에서 '영원성의 미'를 추구했다. 또 건칠기법과 테라코타를 사용해 조각에서 동양 고전의 원형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 '마두(馬頭)'는 권진규의 초기부터 후기 작업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는 생애 전반에 걸쳐 말에 관심을 지니고 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그가 조각으로 구현한 말은 유럽 중세미술과 비유럽 조각, 특히 한국 전통 돌조각에서의 말 표현이 융합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이순아'는 얼굴 부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의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했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눈빛이 모델과 작가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권진규는 자신을 모델로 한 자소상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7년경에 만들어진 가나문화재단 소장품 '자소상'을 만날 수 있다.

김종영, 작품79-8
김종영 '작품79-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종영은 우리나라 조각사에서 추상 조각의 도입과 전개과정에서 선구적 역할을 한 조각가이다. 작가는 돌과 나무뿐 아니라 철을 이용한 추상 조각 실험을 통해 한국 조각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김종영 작품 대부분은 아담한 소품 크기이다. 온전히 작가 본인의 힘으로 재료를 마주하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크기와 무게를 한정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순하지만 응축된 표현을 통해 근원적 구조를 찾아가는 조형 방식을 보여줬다.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인위적 아름다움보다는 비대칭과 불균형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움을 지향했고, 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려 최소한의 손질만 하는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 79-8'의 비대칭적 구조는 작가가 추구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표면을 작은 끌로 파내 우둘투둘한 나무 표면의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백남준 'TV 부처'
백남준 'TV 부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은 서울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에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했고,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기존 예술 규범이나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 방식을 모색했고, 1963년 텔레비전 내부 회로를 변용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이후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이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작품 'TV 부처'는 폐쇄회로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찍힌 작가의 모습을 부처가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는 장면을 담은 설치 작품이다.

종교적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을 본다는 점, 또는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 화면 속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점 등에서 현대미술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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