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경색된 한중 관계 속에서도 도시 간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외교를 보완하는 도시 외교에 나서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톈진시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 시장은 톈진 방문 당시 시진핑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천민얼 톈진시 서기는 물론, 장궁 톈진시장 등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두 도시 간 주요 현안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정복, 지난달 中 톈진시 방문 성과
한·중·일 단체장 모임 개최 등 합의
카페리 재개 두 단체장 논의 '물꼬'
인천~톈진 카페리 운항 재개, 한·중·일 단체장 모임인 '3국 지사 성장회의' 개최 등에 합의하고 인천-톈진 자매결연 30주년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면서 어려운 대외 관계 속에서도 도시 발전을 위한 개방적 외교 형태를 구축했다.
특히 카페리 운항 재개는 2020년 중단된 이후 이해당사자 간 견해차로 논의가 원만하지 않았는데, 양 도시 단체장 간 합의로 물꼬가 트였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중국 베팅' 발언으로 한중이 갈등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인천시가 실용성을 앞세운 도시 외교의 강점을 부각했다는 평가다.
인천시가 중국 도시와의 교류를 유지·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다 보니 수출이나 관광객 유치 등 경제분야는 물론, 사회·문화 교류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중국이 인천의 주요 교역 대상지라는 것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인천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26.2%다.
인천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10년 전인 2013년 15%에서 지속해서 높아지다가 지난해엔 32.4%까지 기록했다. 인천시가 중국 도시 외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인천시는 18개국 38개 도시와 자매결연 또는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중 중국 도시가 약 30%(11곳)를 차지한다.
인천시는 중국 도시들과의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자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인천시는 중국 관련 학술 콘퍼런스인 '인차이나포럼', 인천연구원과 톈진사회과학원이 공동 개최하는 '동아시아문호도시 정책포럼' 등 학술·문화·경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 웨이하이시에는 인천경제무역대표처를 설치하고 인천-웨이하이 지방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톈진시, 다롄시, 광저우시, 웨이하이시 등 여러 도시는 코로나19로 물리적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도 방역 물품인 마스크와 방호복을 서로 기부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았다.
최근 인천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회원국 주요 인사를 초청한 자리에 싱하이밍 대사가 참석한 것도 인천시가 중국 도시들과 오랜 기간 쌓아온 협력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중국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도시로, 국가 간 외교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전략적 도시 외교가 필요하다"며 "도시 간 정책 공유와 문화 교류사업은 물론, 더 나아가 투자유치 등 다방면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제정세 속 관계 악화땐 교류 발목
다만 한중 양국 관계는 미·중 패권 경쟁과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중국, 러시아 간 신냉전 체제, 국내 안보 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 한중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으면, 도시 간 교류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17년 우리나라와 사드 갈등을 빚자 경제보복, 한류 제한령으로 수출 판로를 막고 유커 방문을 제한해 지역사회에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 관련기사 3면([뉴스분석] 외교·안보 이슈 '완충 역할'… 경제 타격 최소화 다변화 전략 모색)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