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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술관 씨킴 개인전 '충심의 사물, 그 예술의 꿈' 전시 작품 'Untitled'.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사업가이자 컬렉터, 그리고 예술가로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씨킴(CI KIM). 20여 년간 꾸준한 예술활동을 전개해 온 그의 발자취와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충심의 사물, 그 예술의 꿈'이 화성 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씨킴이 가진 여러 면모는 물론, 그가 만들어온 작품 세계를 꿰뚫는 '꿈'이란 주제를 느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과 갤러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외부에서 가진 개인전이란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20여년 꾸준한 활동 발자취 다양한 재미
작업실 깔린 카펫 등 사물에 생명감 부여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 'Untitled'은 작가의 작업실에 깔려 있던 카펫이다. 카펫 위에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그 흔적들로 다시 작품이 만들어진 셈인데, 작가의 의도가 담긴 카펫 위에는 물감들과 작업 도구들은 물론, 일회용 숟가락, 에어캡 뭉치 등의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예술, 그것에 더해지고 덜어지는 것들, 작가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물에 이렇듯 소중함과 생명감을 불어넣는 듯했다.

그 옆으로 마치 관람객을 맞이하며 서 있는 해골 마네킹은 씨킴 작가를 의미한다. 의사 가운을 입고 '김창일'이라는 명찰을 차고 있는 마네킹은 예술로서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함께 녹아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 한 편에 크게 자리한 전신 해골 모습 역시 씨킴으로, 그는 죽음을 단지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또 다른 생명의 한 형태로 인식했다.

작가는 갑작스러운 뇌경색을 겪고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의료기록을 토대로 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는데, 'Self-portrait'와 'Untitled'처럼 저울 위에 올라가 있는 얼굴 모형 작품은 건강을 찾기 위해 체중을 줄여야 하는 압박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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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술관 씨킴 개인전 '충심의 사물, 그 예술의 꿈' 전시 작품 'Untitled(왼쪽)'와 'Self-portrait'.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우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토스트기에 토마토를 구우려 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 'Sad Tiger'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한참을 머물게 했다.

독일어 교본에 나온 예시문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작가가 절대 팔고 싶지 않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쏟아졌던 무시들, 작가는 마치 토마토로 토스트를 만들려는 호랑이가 그런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실제로 붙어 있는 우산의 조각, 칼, 이곳저곳에 던져지고 터져 노랗게 변해버린 토마토들. 주변의 시선들에도 불구하고 기쁜 호랑이가 되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작가의 진심이 와 닿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실험정신 가득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오렌지 주스, 들기름과 콩기름, 블루베리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하는 작가가 토마토를 던져 그대로 말려둔 작품들과 농축시킨 원두 용액으로 그린 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문구를 반전시켜 시위하듯 달고 있는 마네킹에서 거꾸로 살아보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등 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씨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꿈'과 함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는 작가가 전시 때마다 놓아두는 쥐가 3마리 숨어있는데, 곳곳에서 작품과 함께 관람객을 마주하는 쥐를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는 8월 5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