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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도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장
올해도 변함없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도 전 오수관로 준설작업, 폐수처리장 등에서 질식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봄·여름철에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밀폐공간 내 미생물이 급격히 증식하고, 산소 소모와 부패도 빠르게 이뤄지면서 유해가스가 다량 발생하게 된다.

미생물의 산소소비량은 사람보다 최대 6천배까지 산소를 더 소모한다고 알려졌다. 사람은 30℃의 온도에서 1시간 동안 200㎖의 산소를 소모하는 반면, 사상균(Fusarium)은 1만㎖, 조류(Chlorella)는 4만㎖, 세균(Azotobacter)은 120만㎖를 사용한다.

이처럼 미생물에 의해 산소가 소비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황화수소 등의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산소 결핍증이나 유해가스 중독이 일어난다. 특히 분뇨나 오수 등 침전물에는 황화수소가 저장돼 있다가 작업을 위해 휘젓는 순간 거품효과(Soda can effect)가 생겨 고농도 유해가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생물, 사람보다 6천배 산소 소모
봄·여름 밀폐된 곳서 급격히 증식
유해가스 발생으로 질식사고 잦아


밀폐공간이란 환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산소결핍(산소농도 18% 미만)이나 유해가스로 인해 건강장해 또는 인화성 물질에 의한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밀폐공간은 반드시 현재 산소결핍이거나 유해가스로 차 있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작업과정 중 산소결핍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공간도 밀폐공간으로 분류하고 관리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도록 하는 경우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밀폐공간 내에서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첫 번째 사업주는 작업 전 사업장 내 밀폐공간의 위치를 고려한 유해 위험 요인의 관리방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보건교육·훈련 등의 내용을 담은 밀폐 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또 위험작업허가서를 발급한 후 현장에서 이행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로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노동자에게 산소농도 측정방법에 대해 알려줘야 하며, 사고가 생겼을 경우 응급처치나 구출 방법에 대해 안내해야 한다. 보호구 착용, 안전 작업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는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에는 전체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인력을 별도로 지정하고, 위급상황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작업 중 밀폐공간 내부의 산소나 유해가스 농도가 적정범위가 아니라면 즉시 환기하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임의로 재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보호구 없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밀폐공간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내용은 대부분 사업주나 노동자가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밀폐공간 내의 질식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사람이 특정 장소에서만 질식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고정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밀폐공간은 항상 살아 움직이고 있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있듯이 어제는 안전했던 공간이 오늘 질식 위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사업주·노동자, 어제의 작업 장소
오늘은 위험해질수 있음 인식해야

지난해 인천 권역에서도 평상시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공간이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의 변화 때문에 한순간에 질식 위험 공간이 돼 버려 결국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생긴 일이 있었다. 작업 현장의 질식 위험 요인은 항상 상황에 따라 숨 쉬고 있으며, 새롭게 생성되기도 하고 저절로 제거되기도 한다.

내가 작업하는 장소가 오늘은 안전했지만, 내일은 위험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안전의식이 중요한 계절이다.

/김선도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