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마을 집회
18일 함박마을 내 한국인 상인들이 외국인 상점의 수가 늘면서 매출 급감에 따른 생계 유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집회를 개최했다. 2023.09.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내국인 상인들이 상권 보호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인천에서 그동안 이슬람 사원 건립 등 종교적인 이유에서 외국인과 한국인 주민이 집단 갈등을 빚은 적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상인들이 집회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내·외국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책위, 생계유지 대안 마련 촉구
주민 1만2천명 중 61% 외국 국적


함박마을 내 한국인 상인들로 구성된 '함박마을 내국인 상가 생존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8일 인천 연수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함박마을에 있는 한국인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함박마을에 있는 한국인 상인들은 외국인 상점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수구 연수1동 함박마을은 전체 주민 1만2천여명 가운데 61%가 외국 국적자다.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가까운 데다, 집세가 저렴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거주지로 선호하고 있다.

함박마을에 사는 외국인 대부분은 고려인 등 재외 교포나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 지역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위한 음식이나 식료품을 판매하거나 노래방 등도 늘어나게 됐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 사는 외국인도 식료품을 사거나 술을 먹기 위해 함박마을에 찾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한국인 상대로 '장사' 어려움 호소
"적합업종 변경 등 상생안 검토중"


주요 소비층이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노래방 등이 장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는 매출이 늘면서 월세는 오히려 더 비싸지게 됐다.

함박마을에서 10년 넘게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연(56·여)씨는 "요즘에는 하루에 한 팀 이상 손님을 받은 적이 드물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90% 줄었는데, 월세는 10~2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내년부터 연수구청이 함박마을을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을 세우면서 한국인 상인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대책위 최경석 위원장은 "더는 버티지 못해 폐업하는 상인들에게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수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주 소비층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한국인 상인이 외국인에게 적합한 업종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내·외국인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