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유교 현대화' 강조하는 최종수 제34대 성균관장

"유교, 국민 눈높이 맞게 바뀌어야… 가족애 깨닫는 추석되길"
입력 2023-09-26 20: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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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성균관장은 시민 그리고 청소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유교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25일 명륜당 앞뜰에서 환하게 웃는 최종수 성균관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임중도원(任重道遠). '맡은 책임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으로 논어 태백편에 실렸다. 최종수(82) 제34대 성균관장이 지난 4월 취임식에서 인용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 변화하지 못하면 영원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절실한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명륜당에서 만난 최종수 성균관장에게 임중도원의 배경을 물었다.

"변화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과거에 국한되고, 변화를 두려워하여 고집부린다면 발전보다는 퇴보가 되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뼈를 깎는 마음으로 넓은 도량과 굳센 의지를 담아 임중도원을 언급했습니다."

유교는 학문(철학)이면서 종교의 모습을 띤다. 신앙의 대상과 내세관이 없지만, 존재의 근원과 삶의 방식을 궁구한다. 모든 사람의 존재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유교가 효(孝)를 강조하는 이유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교 현대화'를 강조한다.

모든 사람의 존재, 부모로부터 시작… 지켜야할 중심 가치 '효'
차례상·삼년상 등 '관혼상제 간소화' 민심과 시대 흐름 따라야
'5대 명절' 무형문화재 예정… 전통문화 중요성 일깨울 계기로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가치를 말한다. 변하지 말아야 할 중심에는 '효'가 서 있다. 부모를 아끼고 공경하는 마음이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고, 그런 태도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형제자매와 우애 있고, 이웃을 사랑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겠습니까. 유교는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간답게 사는 세상, 서로 배려하며 소통하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유교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유교는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진다는 말에 최종수 성균관장은 "유교는 자연의 질서를 따라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에 변화를 중요시한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그는 "형식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라며 유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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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가르침을 계승·발전하는 이들을 유림이라고 한다. 성균관은 중앙 조직이고, 지방에 234개 향교가 있다. 전국 17개 시도의 유도회, 700여개의 서원이 있다. 전통 예법을 두고 내부 토론과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관혼상제의 간소화'도 유림 조직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유교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돌아가시잖아요. 옛날에는 삼년상을 치렀어요. 지금도 삼년상을 하는 분이 계시지만, 국민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최근 대통령도 부친이 돌아가시고 삼일장을 했잖아요. 일반 국민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의 마음, 시대 변화 흐름을 따라 바꿔나가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경기도 과천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손을 잡고 시흥향교(현 과천향교)를 드나들었다. 그는 "유교는 인류의 스승이신 공자와 우리나라 선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철학이자 종교"라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정과 사회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유교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인터뷰 공감 - 최종수 성균관장

최종수 성균관장에게 자주 인용하는 유교 경전 구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논어의 '효제야자(孝弟也者) 위인지본여(爲仁之本與)'를 말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끼리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을 맡으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효문화진흥사업'을 활발히 추진했다.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소통을 말했다.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가 아닌,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며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곧 효 문화의 실천입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한국인은 공통적으로 '효의 심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매년 명절마다 '귀성 전쟁'을 치르면서도 고향의 부모를 찾아가는 행렬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종수 성균관장으로서 추석을 앞둔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가족의 소중함'이다.

"5대 명절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전통 예능이 아닌 명절을 문화재에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승된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추석은 가족이 모여 함께 정을 나누며 우의를 다지는 우리 고유 문화입니다. 부모에게 감사하고, 형제자매의 우애를 생각하며, 조상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한다면 의미 있는 추석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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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명절 때 각 가정에서 하는 차례상의 정해진 형식이 있을까요.


A. 예를 들어 조율이시(棗栗梨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차리는 격식),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해서 이렇게 꼭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예서에도 나와 있지도 않아요. 전통적으로 양반집에서 그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그게 예법인가보다' 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어요.

Q. 차례상 간소화 이야기도 많습니다.


A. 요즘 TV를 보면 차례상 차림에 대해 얘기가 나오는데, 차례상을 그렇게 진수성찬으로 무리하게 차릴 필요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정성을 다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고 그 고마운 뜻을 가족과 함께 새기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많이 차리는 건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돈 보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Q. 고조까지 제사를 모시는 4대 봉사(奉祀)는 어떻게 보십니까.


A. 전통적으로 조선조 때 4대 봉사를 해왔느냐, 그게 아닌 거예요. 평민은 그렇게 4대 봉사하는 걸 안 했어요.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철폐됐잖아요. 그때 양반들이 (4대 봉사)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면 됩니다.

글/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최종수 성균관장은?

▲1941년 과천 출생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명예효학 박사,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명예교육학 박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유림지도자과정 수료
▲삼보해운 대표이사, 과천문화원장,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추사김정희선생기념사업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역임
▲전국향교재단이사장협의회 회장, 한국효단체총연합회 공동회장, 경기도향교재단 이사장, 과천향교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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