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저우로 가지는 못하지만, 곧 세계볼링선수권대회가 시작돼요.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의 볼링 금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손혜린(28·평택시청)은 마음속에 작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볼링이 빠졌기 때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비롯해 그간 볼링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대부분 정식 종목이었다.
항저우 대회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손혜린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다음달 5일부터 15일까지 쿠웨이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볼러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세계볼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손혜린, 전국체전 사전대회서 우승
"욕심 버리고 왼손잡이 장점 활용"
손혜린은 최근 전국체전에서 맛본 승리의 기쁨을 세계볼링선수권대회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20일 전남 목포에서 사전경기로 치러진 전국체전 볼링 여자 일반부 마스터즈 경기에서 그는 합계 2천26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과한 욕심은 버리고, 절실한 마음은 잃지 않으니깐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운도 따라줬죠. 쿠웨이트에서도 후회가 남지 않게 제대로 된 플레이를 선보이고 귀국하려 해요."
손혜린의 투구 자세가 일반적인 선수와는 반대라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는 '왼손잡이 볼러'다. 볼링도 왼손잡이가 승리에 유리할까.
그는 "흔히 왼손잡이는 '레인을 덜 탄다'고들 한다. 공이 지나가면 레인에 있던 기름이 마른다. 아무래도 오른손잡이 선수가 많다 보니 이들이 던진 공이 지난 자리는 더 금방 마르게 된다. 왼손잡이가 유리한 이유"고 설명했다.
평택시청에서 11년째 줄곧 활동하고 있는 손혜린은 '볼의 일관성'이라는 또 다른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용진 평택시청 볼링팀 감독은 "손혜린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힘이 좋은 편이다. 일관적으로 공을 던지기에 정확성을 잘 갖추고 있어 하이 게임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평했다.
어느덧 코앞에 다가온 세계볼링선수권대회. 손혜린은 오는 1일 출국을 앞뒀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국제무대에서 보여주겠다는 포부에 설렘이 묻어났다.
"해외 선수 중 싱가포르의 체리에 탄 선수 같은 왼손잡이 선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곤 했어요. 유명 라이벌 선수들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평소 연습하던 대로 일관성 있게 공을 던질 거예요."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