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차장 고장 방치하는 전세사기 아파트

입력 2023-10-30 19:58 수정 2024-02-05 18: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0-31 6면

다원캐슬 주차타워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전세사기 피해 오피스텔의 기계식 주차장이 고장났지만 해당 건물 관리업체가 수리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 이곳에 주차를 한 세입자들이 차량을 아직도 빼내지 못해 생업에 지장을 받고있다. 사진은 해당 오피스텔 주민이 기계식 주차장 단말기에 붙은 고장안내문을 떼는 모습. 2023.10.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오피스텔의 기계식 주차장이 장기간 고장 난 채로 방치돼 있다. 오피스텔에 사는 세입자들은 차량을 빼내지 못해 생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이 오피스텔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건물이다. 세입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다.

해당 건물 관리업체는 차일피일 미루며 고장 난 기계식 주차장을 수리하지 않고 있다. 한 세입자는 생계를 위해 매일 렌터카를 쓰고 있는데, 벌써 7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오피스텔 세입자 A(48)씨는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게 생겼는데 공동 현관문과 엘리베이터는 툭하면 말썽이고, 얼마 전엔 기계식 주차장도 고장이 났다"면서 "가장 편안해야 하는 주거 공간에서 인간의 기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떼인 이 오피스텔에는 29가구가 살고 있다. 세입자들은 남씨가 소유한 주택들의 관리업체가 모두 같아 유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갑작스럽게 바뀐 지금의 관리업체도 믿을 수 없다"며 "관리업체가 수리하겠다던 날짜가 지났다. 입주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세입자 차 못빼 생업까지 지장
공동시설 관리문제 국감 '도마'
인천시 '무대책' 타 지역 대조적

 

다원캐슬 주차타워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전세사기 피해 오피스텔의 기계식 주차장이 고장났지만 해당 건물 관리업체가 수리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 이곳에 주차를 한 세입자들이 차량을 아직도 빼내지 못해 생업에 지장을 받고있다. 사진은 고장안내문. 2023.10.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세사기 피해 주택들의 관리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천시 국감에서 용혜인(비례·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천시가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추홀구 지역에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활 쓰레기 처리 문제, 현관문 등 공동시설 고장, 천장 누수 등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원성(2022년 11월14일자 6면 보도)이 들끓었다.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이런 전세사기 피해 주택들의 관리 문제에 대해 손을 쓰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1~2개 동짜리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으로 공동주택건물관리법상 의무 관리 대상(300가구 이상 또는 150가구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있는 공동주택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자체는 의무 관리 대상 공동주택의 경우에만 관리업체가 관리비 내역을 입주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입주민들이 주택관리업자를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수원 등지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적극적인 지원 행정을 펴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올해 6월 '경기도 주택임차인 전세피해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관리 주체가 없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들의 관리(승강기 등)를 경기주택도시공사에 맡기기도 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김병렬 부위원장은 "피해 아파트들의 현관문, 엘리베이터, 기계식 주차장 등 공동시설이 자주 고장이 난다"며 "피해자들은 관리업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데, 관리업체에선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단전·단수하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의회 김대영(민·비례)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조례를 연내 제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건물 관리 문제 등을 포함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들을 조례에 담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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