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시인, 과거·현재 겹쳐놓고 동네 마주
과거영광 사로잡힌 상인의 진솔한 삶부터
인천 노동현장의 투쟁 엿볼수 있어
인천에서 활동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오늘의 인천'은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인천작가회의 시분과 소속 시인 40명의 작품을 모은 신작시집 '내일은 비가 온다던데'와 소설분과 소속 소설가 10명의 신작소설집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가 각각 출간됐다.
■ 내일은 비가 온다던데┃인천작가회의 시분과 지음. 애드밸 펴냄. 234쪽

인천의 섬, 골목, 전철역, 맛집들이 시집에 등장한다. 시인들은 일상에서 평소와 다르게 다가오는 사건이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신포동 골목길을 응시하는 주마등 하나"(손병걸 '민')를 포착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겹쳐 놓고 고독을 마주하거나, "동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주안에서 인천 2호선 타고 완정에 내리면/ 저만치 보이는/ 검단탑병원이 아버지 같아"(자하 '검단탑병원')라고 인식하는 화자를 복원한다.
인천으로부터 생겨 나온 목소리들은 인천으로 돌아와 생활로 침입한다. "고양이들의 낮잠이 풍경으로 걸린/ 카페 떼무리에는/ 어제 떠난 이들의 그림자가/ 바다를 등지고 앉아"(옥효정 '소무의도에서')있는 모습을 그려내며 한낮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또 "삶을 접고 다시 시작하는 어시장"(고광식 '소래포구 물 때')에는 사람들과 물고기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희망을 꿈꾸기도 한다.
이번 시집엔 강성남·고광식·고철·금희·김경철·김림·김명남·김시언·김영언·류명·박성한·박완섭·박인자·박일환·손병걸·손제섭·신현수·심명수·양승은·옥효정·유정임·이경림·이권·이기인·이명희·이성필·이성혜·이원석·이종복·임희진·자하·정민나·정우신·조혜영·주향수·지창영·천금순·최성민·허완·호인수 시인이 참여했다.
■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인천작가회의 소설분과 지음. 애드밸 펴냄. 234쪽

"여기가 굉장히 재밌는 동네였어. 여 건넛집에 챔피언도 살았고. 주변 크럽은 이름 날리던 가수들 집합소였지. 메카, 메카야. 조용필, 윤수일, 장미화…… 누군지 알아?"(김경은 '카페 캠프마켓')라고 하는 이탈리아노 언니의 이야기는 자꾸만 물이 새는 가게의 현재와 대비된다.
산업도시 인천의 노동 현장 이야기가 생생하다. 이상실 작가의 '시인과 소녀'는 삶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해고노동자의 복직 투쟁을 다루고 있다. 최경주 작가의 '이명 그리고 눈두덩'은 늘 반복되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그렸다.
표제작인 이재은 작가의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는 외롭고 상처 입은 인물들이 가까운 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존재와 부재를 말한다.
"번득, 수리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그녀의 발랄함을 긍정하고 내세의 안녕을 염원하는 말.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이재은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라고 삶의 여정을 긍정한다. 이외에도 황경란 '슬로우 슬로우 퀵', 오시은 '엘리시안', 안종수 '우리 학교 박 선생', 홍인기 '돌아갈 수 없는 땅', 김연식 '비둘기뉴스 특보', 양수덕 '관에 눕다'가 수록됐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