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기북부경찰청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파주시의 한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사건(4월12일자 7면 보도)과 관련해 숨진 남성들이 여성들을 살해한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휴대전화 등 증거를 인멸하려한 정황이 확인됐다.

1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친구 사이인 숨진 남성 2명은 여성들을 호텔로 차례로 불러 유인했다. 숨진 여성 중 1명은 남성 1명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또다른 여성은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들은 지난 8일 오후 4시께 호텔에 투숙했으며, 여성 2명은 각각 차례로 이날 오후 5시40분께와 오후 10시께 호텔에 도착했다.

경찰은 9일 오후 여성 1명의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해 10일 오전 남성들이 있던 객실을 방문했다.

경찰관들이 문을 두드리자 한 남성이 나왔으며, 실종신고된 여성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어제 밖으로 나갔다”고 대답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남성의 말이 사실인지 보려 1층 프론트로 다시 내려와 CCTV를 확인하는 동안 남성 2명이 밖으로 투신했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남성들이 숨진 뒤 객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욕실과 침실에서 발견된 여성들은 모두 목이 케이블타이로 졸려있었으며 손 등이 결박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1차 소견에서 숨진 여성들의 사인을 ‘목 졸림’으로 추정했다.

범행에 쓰인 케이블타이는 남성들이 가지고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호텔 CCTV에는 한 남성이 케이블타이를 손에 들고 객실로 향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성범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약물 사용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숨진 여성 1명의 팔 부위에서 깊이 3㎝ 정도의 자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증거들로 미뤄 여성이 숨진 뒤 발생한 자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 호텔 객실 주방에 비치돼있던 흉기 2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는데, 발견 당시 혈흔은 묻어있지 않았다.

경찰은 남성 2명이 여성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객실에 머물다가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오자 투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여성들의 휴대전화를 남성들이 가지고 나가 유기한 정황을 파악하고 추적 중이다.

남성들은 8~10일 사이 서너차례 밖으로 외출했으며, 여성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여성 1명의 휴대전화가 고양시 일산의 한 쇼핑몰에서 꺼진 기록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모두 숨진 상황이어서, 남아있는 증거들로 4명의 관계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공범이나 조력자 여부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